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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이 있는 도쿠시마의 절
나카무라 기자 / 입력 : 2013년 01월 31일(목) 15:37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지난 1월 초 일본의 친정집을 우리 가족이 찾아갔다. 이번 방문에도 한국과 관련된 고대유적지 몇 곳을 방문했다. 이런 고대 유적지와는 별도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한 곳 있었다. 그곳은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간쇼사(觀正寺)라는 절이다. 이곳을 방문하고자 하는 것은, 그 절에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 잡혀와 거의 90세까지 살았다고 하는 조선여인의 묘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절이니까 당연히 누가 있을 것이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절에 가보았더니 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케이치(武市)라는 무사가 조선의 여인을 데려와서 아내로 삼았다고 하니, 필자는 다케이치의 묘에 이런저런 글이 있을 것 같아 찾아보았지만 확실히 알 수가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이것보다 우리가 더 놀랐던 것은 그 간쇼사의 근사한 정원 한가운데에 한국의 국보로 지정된 다보탑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다보탑은 실물의 4분의 1의 크기이기는 하지만….

일본 친정집에 돌아와 간쇼사의 주지스님께 전화해봤다. 스님은 평일 절과는 다른 직장에 다닌다는 것, 주말에 겨우 절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고, 주말 오전은 출장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오후에 다시 절을 찾아오라고 하셨다. 일본에서는 스님이 다른 직장에 다니면서 절을 운영하는 경우가 그렇게 드물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주말에 간쇼사를 찾아갔다.

주지스님이 알려주신 조선여인의 묘는 배 모양의 큰 묘비였다. 이 지방에서 흔히 묘에 올려지는 ‘시키비’라는 나무잎이 묘 앞에 올려져 있었다. 그 시키비의 신선함만 봐도 이 묘는 지금도 다케이치 집에서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묘에는 확실히 고려관녀(高麗館女)라는 문자가 새겨 있었다. 이 분은 10대 초반에 도쿠시마(德島)에 잡혀왔다가 그녀를 데려온 무사의 부인이 되어 오랫동안 사셨다. 일본에서의 이름은 부쿠(福)라고 불렀다. 부쿠는 아는 것이 많아, 이 지방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친 것으로 전해진다고 주지스님이 알려주셨다.

필자는 스님께 왜 이 절에 다보탑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부쿠의 묘가 있는 것과 다보탑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스님의 말에 의하면, 여기에 있는 다보탑을 설치한 것은 우연한 일이라고 한다. 도쿠시마시 내 거주하는 어떤 친한 가문의 할머니가, 이곳 자택의 마당에 미니어처의 다보탑을 설치하고 즐겨 보았는데 그분이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친족 중 한 분이 바로 간쇼사 뒤에 사는 분이었다. 그 분이 혹시 절에 이 다보탑을 가져가 설치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스님께 가져왔다고 한다. 마침 그때는 절의 정원을 조성 중이었고, 다보탑을 옮겨준다는 말을 듣고 절에서 받게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야 절의 묘지에 조선에서 온 여인의 묘가 있다는 것에 깨달았다고 스님은 말씀하셨다.

절에 다보탑을 가져온 것이 우연한 일이라고 해도, 도쿠시마의 절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일백 개가 넘는 절 중에서, 어떤 인연이었는지 다보탑이 이곳에 설치되게 되었는지,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다보탑은 역시 조선여인이 잠자는 이곳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 간쇼사에서 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한국인 김묘선씨가 주지스님을 맡고 있는 다이니치사(大日寺)라는 오래된 절이 있다. 이 분은 일본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무용가로서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한편, 이번에 도쿠시마시에서 처음으로 만난 박물관의 젊은 학예원의 부인이 한국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 오사카대학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부산에서 온 유학생과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년에는 박물관에 없었던 한국어 안내 팜플렛이 새로 나와 있었다. 내 고향에서 한국의 여자들이 잘 살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좋다. 필자의 생각으로 그 뿌리는 임진왜란 때 잡혀와 도쿠시마에서 잘 살고 지방 사람과 잘 어울렸던 부쿠에 기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가족은 고마운 마음으로 부쿠의 묘 앞에서 손을 빌어 인사를 드렸다. 그날은 1월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따뜻한 주말 오후였다.

 

나카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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