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간해피데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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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의 단풍과 구절초의 은은한 향기로 대한민국 가을을 대표해 온 정읍시가 2025년 하반기를 맞아 ‘문화 르네상스’의 서막을 열고 있다. 이제 정읍의 계절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시민의 삶과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문화의 향연으로 채워지고 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국보급 유물이 시민 곁으로 다가오고, 피카소와 앤디 워홀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이 지역 미술관에 걸린다. 축제의 장에서는 시민이 주인공이 되어 배움의 결실과 흥이 어우러지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담대한 걸음도 힘차게 내딛는다. 정읍시가 펼쳐가는 다채로운 문화·역사·교육 정책은 시민에게는 일상의 풍요로움과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도시에는 활력을 불어넣으며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도시’의 비전을 실현해 가고 있다.
손에 닿는 역사와 예술, 시민의 일상을 채우다
정읍시립박물관과 시립미술관은 9월부터 잇달아 특별 기획전을 열어 지역의 문화예술 지평을 확장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향유 기회를 지방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읍시의 의지가 담긴 움직임이다.
정읍시립박물관은 9월2일부터 12월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국보순회전 ‘푸른 빛에 담긴 품위와 권위, 왕실 청화백자’를 개최한다. 조선 왕실의 품격을 상징하는 청화백자 5점이 정읍을 찾아와 시민들과 만난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백자 투각 모란무늬 항아리’를 비롯해 초·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2점의 유물이 전시돼 학생들이 책 속 사진이 아닌 실제 유물을 눈으로 확인하며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된다. 전시 기간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박물관이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공간임을 알릴 예정이다.
전시는 무료로 운영되며, 9월30일부터는 고려청자 20여 점을 소개하는 기획특별전도 함께 열려 관람객들에게 고려 도자의 깊이를 전할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지역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박물관의 역할을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읍시립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9월4일부터 12월14일까지 특별기획전 ‘리뮤즈(RE:MUSE)―삶 속의 초상’을 연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의 여인을 모티프로 ‘여성’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권진규, 박수근 등 국내외 거장의 회화·조각 작품 80여 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이는 지역 미술관에서는 드물게 열리는 대규모 전시로, 정읍사가 가진 지역 고유의 문화 자산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의미 있는 시도다. 전시 기간 동안 상주하는 전문 도슨트가 작품 해설을 제공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람료는 일반 5000원, 전북도민증 소지자는 3000원, 정읍시민은 2000원이며, 전시기간 동안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배움과 나눔으로 미래를 열다
오는 10월25일부터 26일까지 정읍사문화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정읍사문화제는 백제가요 ‘정읍사’에 담긴 여인의 숭고한 사랑을 기리는 지역 대표 축제다. 올해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과 가족 단위 즐길 거리를 대폭 늘려 축제의 폭을 넓혔다. 25일 기념식에는 인기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열리고, 26일에는 전국 규모의 ‘정읍사가요제’가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평생학습축제’가 함께 열려 배움과 축제의 결실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정읍시는 여성문화관과 평생학습관 운영을 통해 자격증 과정, 어학, 직업능력, 인문교양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또한 교육시설 접근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강사를 파견하는 ‘모두배움터’, 학습 기회를 놓친 어르신을 위한 ‘성인문해교육’, 자발적 학습공동체를 지원하는 ‘평생학습 동아리’ 사업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배우는 평생학습도시’를 실현해왔다. 평생학습축제에서는 시민들이 1년간 갈고닦은 성과를 전시, 공연, 체험부스 등을 통해 공유한다. 이는 정읍의 오랜 역사와 현재 시민들의 배움의 열정이 어우러져 미래를 향한 희망을 함께 나누는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 천년의 기틀을 다지다
정읍시는 문화예술의 향연과 더불어 도시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보존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로서 그 정신과 가치를 온전히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10월31일에는 국회에서 ‘동학농민혁명 명칭 및 정신 헌법 전문 명시’를 위한 토론회를 연다. 동학농민혁명이 3·1운동과 더불어 대한민국 건립의 핵심 정신임에도 헌법에 명시되지 못한 현실을 바로잡고, 역사적 의미를 국민적 공감 속에 새기기 위한 자리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 헌법 개정과 관련한 국가적 의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정읍시의 강한 역사적 소명의식을 보여준다. 토론회 후에는 국회 본관 앞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할 예정이다. 시 문화행정국(국장 고정희)는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헌법에 담는 것은 단순한 역사 기념을 넘어 현재의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고 미래 세대에 올바른 역사관을 물려주기 위한 일”이라며 “정읍에서 시작한 토론이 전국적인 공감대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호남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국가 사적 ‘정읍 고사부리성’ 복원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480m에 이르는 진입로와 36면 규모의 주차장 조성을 완료해 접근성을 대폭 개선했다. 고부향교, 고부관아터 등 인근 문화유산과 연계한 역사문화 교육 공간이자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다. 시는 2030년까지 성벽 복원을 완료한다는 목표 아래 국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읍시는 이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역사·교육 사업을 통해 ‘문화 르네상스’를 구체화하고 있다.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문화 향유, 자긍심을 높이는 역사 보존, 나눔과 배움의 평생학습 기반이 어우러질 때, 정읍은 진정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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