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학(발행인)
기초자치단체장은 우리 삶의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지는 자리다. 도로 하나, 복지 정책, 축제 한 번이 곧바로 생활 만족도로 연결된다. 그렇기에 시·군수는 행정의 전 과정에서 모든 주민을 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국 곳곳에서 포착되는 장면은 딱 반대다. 측근을 중심으로 인사를 짜고, 비판을 ‘정치적 공격’으로 몰아붙이며, 행정을 사유화하려는 독선이 고개를 든다. 정읍과 고창 역시 이러한 위험을 비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독선의 첫 발은 ‘편 가르기’다. 전체 유권자의 대표임을 망각한 채, 오직 선거 캠프의 논공행상에 따라 측근을 우선시하고, 공론장을 통해 제기된 문제 제기를 ‘발목 잡기’로 매도한다. 그렇게 행정·의회·시민사회 간 견제와 균형의 구조가 무너지면, 정책 결정은 밀실에서 이뤄지고 결과는 특정 이익집단에 쏠린다. 한때 지역의 자부심이었던 사업이 졸속 추진 끝에 빚더미로 남은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봐 왔다. 이처럼 행정의 공정성과 개방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태도는 결국 행정의 사유화를 넘어, 민주주의의 파괴로 직결된다.
군민과 시민은 단체장을 ‘왕’으로 뽑은 것이 아니다. 계층·지역·세대 등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정책의 이익이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줄 책임자를 선출한 것이다. 그런데도 행정의 문을 일부 지지자에게만 열고, 다른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지역 공동체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행위다. 결국 이런 행태가 쌓이면, 행정의 신뢰는 무너지고 지역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깊어진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 주권’이다. 정읍이든 고창이든, 지역의 주인은 단체장이 아니라 주민이다. 주민의 목소리를 귀찮은 항의로 치부하고, 정책 비판을 조직적 반대세력으로 규정하는 권위주의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독선의 끝은 언제나 자기 파괴였으며, 지역 정치의 역사도 이를 수없이 증명해 왔다.
무엇보다 분열의 정치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다. 갈등은 행정의 동력을 갉아먹고, 소모적 대립은 예산과 자원을 낭비하게 만든다. 지역 발전은 오직 협치와 신뢰에서 비롯된다. 진영을 가르고 내 편만 챙기는 정치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균열은 필연적으로 지역 쇠퇴로 이어진다. 이제는 행정이 주민을 향해, 더 많이 설명하고 더 자주 묻고 더 깊이 들어야 할 때다.
우리 지역이 직면한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농촌 인구 감소, 산업 전환, 청년 이탈, 고령화 심화, 기후 위기―여기에 미래 먹거리 발굴과 지역 경제 회복까지,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이 과제를 풀어낼 수 있는 길은 소통과 협력, 신뢰의 행정뿐이다. 군민과 시민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모든 행정과 예산의 기준을 ‘주민의 삶’에 두는 정직한 정치력만이 우리 지역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정읍시민과 고창군민은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 주민의 뜻과 어긋나는 권력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며, ‘소통 없는 권력’이란 어느 지역에서도 오래 살아남은 적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의 경쟁이 아니라 더 넓은 귀다. 권력의 과시가 아니라, 군민과 시민을 섬기려는 진정성이다. 정읍과 고창의 행정은 언제나 주민을 중심에 두고, 그 삶에 봉사하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결국, 시민이 주인인 도시에는 독선이 뿌리내릴 틈이 없다. 단체장은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자일 뿐임을 늘 자각해야 한다. 민심을 외면한 권력은 살아남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 지역에서 필요한 것은 과시가 아니라 소통이며, 편 가르기가 아니라 통합이다. 독선의 정치는 잠깐은 효율적인 듯 보일지 몰라도, 그 끝은 언제나 자멸이었다. 이제 선택은 명확하다. 주민과 함께 걷는 길만이 정읍과 고창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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