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의회 차남준 부의장이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그 결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지난 7월15일 전주지검 정읍지청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차 부의장은 혐의를 부인하며 “추행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창군공무원노동조합은 의회 차원의 책임 방기를 강하게 비판하며 윤리위원회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 “업무상 위력 추행 인정”…검찰 송치
7월29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고창군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안남귀)이 5월16일 형사 고발한 사건을 수사한 결과, 차남준 부의장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업무·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사실을 근거로 7월15일 전주지검 정읍지청에 사건을 송치했으며, 검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사건 경위…피해자측 “위력 추행”, 차남준 의원 “친분 표현”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작년 12월19일 A군의원과 고창군의회 직원들이 저녁 식사를 한 뒤, 노래방으로 자리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A군의원은 자리에 없고, 부의장이 술에 취한 상태로 노래방에 뒤늦게 합류했다고 한다. 부의장은 노래방에서 남자 직원들을 모두 내보낸 뒤 여직원 2명만 남게 한 채 약 1시간가량 같은 공간에 머물렀다. 이 자리에서 부의장은 B여직원의 이마와 목을 치고, 끌어당기고, 머리채를 잡는 등 일방적 행위를 반복했다고 한다. 녹취된 노조위원장과 B여직원의 대화에서, B여직원은 “막 머리채를 잡고, 목을 퍽 치고”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차남준 부의장은 술에 취해 친분을 표현하는 행동이 부적절할 수는 있지만, 폭행이나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남준 부의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으며, B여직원은 의회에서 군청으로 파견됐으며, B여직원과 함께 있던 여직원은 의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의회는 사실상 방조자, 책임 방기 중단하라…징계기준 강화 요구는 군민의 명령”
고창군공무원노동조합은 7월30일 발표한 성명에서 고창군의회의 무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윤리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은 지금의 상황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군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해 당사자의 의정활동을 묵인·방조하는 행위는 고창군의회 스스로가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윤리위원회의 즉각적 가동과 징계 절차 개시를 요구했다.
고창군공무원노조는 이번 사건을 고창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지방의회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노조는 “지방의회가 윤리성과 도덕성을 방기한 채 군민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고창군의회 윤리위원회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엄정한 판단을 내릴 것 ▲지방의원으로서 품위 의무와 도덕성을 지킬 수 있는 적정한 징계기준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전북을 넘어 전국 시군공무원노동조합과 연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송치 후 윤리특위 재소집…조례상 징계 한계, 제명은 불가능
고창군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28일 새로 구성됐으며, 이선덕 위원장, 오세환 부위원장, 조규철·박성만·임종훈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고창군의장은 4월29일 차남준 부의장에 대한 ‘고창군의회 의원 진상조사 및 징계 요구의 건’을 제출했으며, 윤리특위는 5월12일 회의를 열고, 해당 안건을 심사하기 전에, 지방자치법에 따라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윤리특위는 자문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자문위는 의장이 위촉한 7명 이상의 민간자문가로 구성된다. 자문위는 6월22일 윤리특위에 자문결과를 회신했다.
7월30일 공무원노조의 성명 이후, 지난 8월1일 고창군의회 윤리특위가 다시 열렸다. 윤리특위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그 결과를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는 30여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 결과 윤리특위는 징계 결정을 보류하고, 1심 재판 판결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로써 해당 사건은 의회 내 징계결정 없이 4개월째 계류 중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도 “즉각 징계”와 “사법 결과 대기”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다수 의견으로 징계수위를 결정해 윤리특위에 통보했다. 윤리특위는 “재판 전 징계가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과 “장기 보류는 군민 예의에 어긋난다”는 주장 사이에서 최종적으로 ‘1심 선고 후 재논의’ 방안을 택했다. 이선덕 윤리특위원장은 “의견이 갈려 1심 결과를 보고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 공무원노조는 “검찰로 송치된 사건이고, 의회 자체 조사도 있었는데 징계를 미루는 건 사안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며 “사법처리 결과를 기다리겠다면 윤리특위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고창군의회 조례상 성비위 징계가 최고 출석정지 30일에 그치는 ‘솜방망이 징계’도 문제지만, 그마저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차 부의장은 사건 발생 이후에도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은 채, 부의장으로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리특위 구성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노조는 “위원 중 한 명은 사건 당일 식사 자리를 주선하고 참고인 조사까지 받은 의원”이라며 “이런 사람이 징계 여부를 논의하는 위원회에 포함돼 있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창군의회의 이번 결정은 성비위 사건에 대한 의회 차원의 책임 있는 대응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윤리특위의 존립 목적이 ‘윤리적 판단’에 있다면, 사법부 판단이 있기 전이라도 독립적 절차를 통해 의원의 품위를 논의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충분한 타당성을 갖는다. 조례상 규정된 솜방망이 수준의 징계조차 외면하면서 ‘윤리’라는 단어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성비위 사건에 대한 징계가 정치적 고려나 의회 내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면, 그것은 윤리특위 자체의 무력화를 자인하는 셈이다.
이번 사안은 지방의회 자정능력과 성 비위 대응 체계를 동시에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첫째, 의회가 재판 결과를 근거로 징계를 미룰 때 자치단체 차원의 자치적 책임 규명은 사실상 공백이 된다. 둘째, 출석정지 30일에 그치는 현행 징계 상한은 성 비위 사건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윤리특위 심사 절차…성비위 징계 상한 ‘출석정지’ 한계
한편, 일반적으로 윤리특위는 자문위의 의견과 대상 의원의 심문·소명, 증빙서류 등을 토대로, 발언 청취 등을 토대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이후 심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하고, 본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가 최종 확정된다. 징계의 종류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이 있다. 하지만, ‘고창군의회 의원 윤리 및 행동강령 조례’상 ‘징계기준’에 따르면, 성폭력·성희롱 사안에 대한 징계수위는 ‘출석정지’가 최고이며, ‘제명’은 규정상 불가능하다. 고창군의회에서 ‘제명’이 가능한 경우는 비리·비위행위로 벌금형이 확정되거나(금고 이상의 경우는 공직선거법 제19조에 따라 의원직이 박탈된다), 탈세·면탈 행위가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만약 한 고창군의원이 강제추행으로 징역형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그 즉시 의원직을 잃게 된다. 둘째, 강제추행으로 벌금형이 확정되면, 강제추행은 비위행위이기 때문에, 조례에 따라 ‘비리·비위행위로 벌금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되므로,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제명’까지 가능하다. 셋째, 강제추행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이는 조례상 ‘성폭력·성희롱’ 경우에 해당되므로,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출석정지’(30일 이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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