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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송전탑 건설반대 시민대책위원회가 ‘신정읍~신계룡 345킬로볼트(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의 시작점인 정읍 신정읍변전소 착공 현장에서 본격적인 저지 행동에 돌입했다. 대책위는 7월10일 착공 첫날 새벽부터 현장을 점거하며, 수도권 전력 독식 체제에 맞선 지방 주민의 저항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날 오전 7시, 정읍 농소동 신정읍변전소 공사 현장 앞에는 송전탑반대 시민대책위 소속 주민 수십명과 함께 정읍시의회 송전선로·화력발전소대책특별위원회 이상길 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공사 개시와 동시에 항의 구호를 외치며, 현수막을 설치하고 상주천막을 세우는 등 장기 대응 체계를 예고했다. 현장에는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 경찰 병력도 다수 배치돼 있었다.
주민들의 항의는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님비)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 제기였다. 대책위는 “서울·수도권이 전력을 독점하는 현실을 더 이상 지방이 감당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전기도 없는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호남에서 전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은 국토 난도질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한전이 추진 중인 해당 사업은 전북 서남권·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총 10.6기가와트)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으며, 최종 목적지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345킬로볼트 초고압 송전선로가 전남 함평, 영광, 장성, 전북 고창·정읍·완주 등을 거쳐 충남 계룡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그러나 기존 154킬로볼트 송전망이 이미 다중으로 포설돼 있는 지역에 또다시 초고압 송전선이 더해질 경우, 주민 건강과 생태계, 지역 경관 훼손 등 다층적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주민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상길 정읍시의원은 “주민 의견을 묻지도 듣지도 않은 채 중앙정부와 공기업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며, 현 정부의 에너지 인프라 정책이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책위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 티에스엠씨(TSMC)와 네덜란드의 반도체장비 기업 에이에스엠엘(ASML)은 공장 인근에 풍력발전소를 직접 지어 ‘알이백(RE100·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빙자한 송전망 건설로 오히려 지방을 식민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방에 기업을 내려보내는 게 아니라, 지방에서 전기만 뽑아가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공정”이라며, “소위 국가전력망이라는 명분 아래 수십년간 지역에 고압선과 변전소를 떠넘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고압송전선로와 신정읍변전소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지산지소(地産地消·전력의 지역생산·지역소비)’와 국토균형발전을 전제로 한 새로운 에너지 정책 수립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제는 싸움이 아니라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현장 곳곳에서 반복됐다.
한전은 변전소 착공 및 송전선로 추진을 강행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동의 없는 개발’에 맞서 싸우고 있다. 에너지 정의와 지역 권리를 둘러싼 이 충돌은, 단순한 토목 갈등을 넘어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라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정읍은 그동안 송전탑 피해를 감내해 온 지역 중 하나로, 이번 반대 행동은 누적된 불신 위에 다시 시작된 저항이다. 이러한 싸움은 정읍과 함께 고창·부안·완주 등 송전선로 예정 경로를 따라 점차 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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