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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에서 동초제 흥보가의 장단이 다시 울렸다. 전통의 계보를 품은 여섯 번째 완창과 함께, 뿌리 깊은 소리의 맥을 짚는 대담이 더해졌다. 정상희 명창이 이끈 이번 무대는 전통예술의 실천적 전승과 정읍이라는 공간이 품은 소리의 역사성까지 입체적으로 증명한 자리였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그 여운은 정읍의 무대 위에 오래 남았다.
정읍 출신 정상희 판소리 명창의 여섯 번째 동초제 흥보가 완창 무대가 7월20일 오후 2시 정읍시 연지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무대는 완창 공연에 앞서 정읍 동편제 판소리의 전승 계보를 짚는 대담을 결합해 구성됐으며, 전통예술의 계승과 지역문화의 깊이를 아우르는 무대로 마련됐다.
무대 전반부에는 ‘이 소리는 어디서 왔는가―정읍 판소리의 맥’이라는 주제로 정 명창이 강의와 대담에 나섰다. 관객과의 소통 형식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정 명창은 조선창극사에 소개된 고부군 수금리(현 정읍시 정우면) 출신 박만순 명창을 시작으로, 송만갑·김연수·오정숙·김명신을 거쳐 자신에게 이르는 동초제 흥보가 전승 계보를 설명했다.
정 명창은 강의에서 정읍이 동편제의 발원지였음을 분명히 하고, 스승 고 김명신 명창에게서 이어받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과 정읍에 뿌리내린 동초제 판소리의 전통을 소개했다. 전통의 흐름과 지역의 맥이 맞닿은 설명은 관객들로 하여금 소리와 역사, 정서를 함께 체화하도록 이끌었다. 이어진 완창 무대는 국가무형유산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 김청만 명고, 시립 정읍사국악원 고법반 박상주 교수의 반주로 품격을 더하며 동초제 흥보가의 진폭을 온전히 구현했다.
정 명창은 이번 공연 이후에도 정읍을 중심으로 전통 판소리의 실천적 전승을 지속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8월2일에는 ‘신광대가 여류명창뎐―동초제 다섯 바탕’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무대는 동초제 판소리 무형유산 예능보유자 5인의 여류 명창이 릴레이 형식으로 각 바탕을 선보이는 자리로, 여성 명창 중심 창본 전승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채수정 교수는 “정상희 명창의 여섯 번째 동초제 흥보가 완창은 스승의 뜻과 전통의 숨결을 따르고, 후학을 세우는 새로운 전승자의 여정을 증명하는 자리”라며 “정읍에서 울리는 소리는 단지 하나의 공연이 아니라 미래로 건너가는 다리이자 아름다운 공부의 증언”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정상희판소리연구소가 주최·주관하고, 한국예총 정읍지회, 한국국악협회 정읍지부, 오정전통예술단, 월정사우(月亭社友), 정상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후원했다.
한편 다음달 15일에는 정명창이 양성한 제자들이 무대에 오르는 ‘제1회 월정사우 제자 발표회’가 정읍에서 열린다. 정명창은 “정읍은 동편제 판소리의 뿌리가 시작된 곳이자 제가 태어나고 소리를 배운 고향”이라며, “앞으로도 제자들과 정읍의 전통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읍에서 울려 퍼진 이번 완창은 소리를 삶의 중심에 놓은 한 명창의 의지이자, 전통의 내일을 품은 지역 문화의 증언이었다. 무대는 끝났지만, 그 울림은 제자와 청중, 그리고 정읍의 시간 속에 깊게 새겨지고 있다. 정상희 명창의 완창은 지역이 품은 전통예술의 뿌리를 다시 세우고, 전통 판소리의 실천적 계승을 지역에서 지속해 나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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