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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면 비닐하우스 안에서 바나나가 자란다. 흔히 수입에만 의존하던 아열대 작물 바나나가 정읍 땅에서 뿌리내리고 열매 맺었다. 박정현 농가는 지난해 150평의 땅에 150주 묘목을 심었고, 올해 약 4.5톤의 수확을 앞두고 있다. 바나나가 정읍에서 자란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선을 끌지만, 이 농업 실험은 단지 이국적인 풍경의 생성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 대응, 소비자 직거래, 농가 소득원 다변화라는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정읍산 바나나는 지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우면 바나나 수확, 기후 위기 시대의 새로운 농법
정우면의 박정현 농가는 2023년, 15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 바나나 묘목 150주를 심었다. 이 농가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바나나를 재배해 약 4.5톤의 수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필리핀·베트남 등에서 수입되는 것이 당연시되던 바나나지만, 기후와 토양, 재배 기술의 조합으로 정읍에서도 상업적 재배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정읍의 바나나는 연평균 기온 10도 이상의 온도 유지, 풍부한 일조량, 그리고 적절한 관수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란다. 수확 후에도 후숙 과정을 통해 당도와 식감을 조율하며, 유통 직전까지 품질 유지를 철저히 관리한다. 수입산에 비해 신선도 면에서 우위를 점하며, 향과 질감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직거래 유통 기반, 소비자와 바로 만나다
소비자들은 네이버 밴드 ‘정읍톡톡’을 통해 정읍산 바나나를 직접 구매할 수 있다. 1킬로그램당 1만원 수준의 직거래 방식은 유통 단계를 줄이는 동시에,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 기반을 마련하는 구조다. 정읍시는 이러한 모델을 확산시키기 위해 직거래 유통 체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바나나는 ‘재배’라는 농업 행위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와의 직접 연결’이라는 유통 전략까지 포함한 새로운 지역농업 시스템 구축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 외에도 지속 가능성과 지역경제 순환을 동시에 고려한 방식이다.
기후변화 시대, 아열대 작물이라는 해답
정읍시는 손끝바나나 재배의 의미를 단지 새로운 작물의 성공 사례로만 보지 않는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전통 작물의 생산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열대 작물의 안정적 재배는 농업의 체질 개선이라는 중장기 과제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시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과장 하헌준)는 “바나나는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좋은 모델”이라며 “친환경 아열대 작물 재배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지속 확대해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손끝바나나는 병해충에 강하고, 재배 환경만 갖춰지면 추가 약재 없이도 생산이 가능해 친환경 농법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가의 결단, 지역의 실험, 시장의 응답
손끝바나나의 첫 수확은 한 농가의 결단에서 시작됐지만, 그 결실은 지역 농업 전체에 던지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한 그루의 열매가 지역 농가의 도전과 행정의 지원, 소비자의 신뢰를 만나야만 제대로 시장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 바나나는 정우면 농가에서 자란 ‘작물’인 동시에 ‘지역농업의 구조 실험’ 그 자체다.
정우면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익어가는 손끝바나나는 하나의 수확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바뀌는 기후에 대응하는 농업 전략의 서막이며, 정읍이라는 지역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농업모델을 설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장면이다. ‘작물의 생산’과 ‘시장·농정(유통·정책)’은 별개의 층위이지만 긴밀히 연결돼 있어야 한다. 정읍의 바나나는 이제 수확을 넘어, 새로운 농업 생태계의 구성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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