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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주인공인 공간, 상상의 구조를 짓다
쌍암동 내장산문화광장 한복판에 낯선 풍경이 들어섰다. 넓은 잔디 위로 단풍나무를 닮은 거대한 놀이기구가 우뚝 솟았고, 그 아래로 벌집, 거미줄, 골목길 모양의 구조물이 촘촘히 연결된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아이가 모래더미 위로 뛰어들면, 나뭇가지 모양의 다리를 건너는 또 다른 아이가 그 모습을 지켜본다. 말 그대로 ‘놀이터’라는 이름 안에 상상력의 모든 조각이 들어 있다.
정읍시가 조성한 ‘기적의 놀이터’가 7월16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쌍암동 내장산문화광장 일원 약 1만9000제곱미터(5700여평) 부지에 들어선 이 놀이터는 총 7개 테마로 구성된 복합 창의놀이 공간이다. 이번 시범 운영은 8월 말까지 진행되며, 시는 이 기간 이용자들의 반응과 제안을 수렴해 보완을 마친 후 9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놀이터는 이학수 시장의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됐으며, 그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어린이들의 관점과 참여를 중심에 두고 만들어졌다. 기존의 일률적인 놀이시설을 벗어나 도전적이고 유기적인 놀이 구조,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공간 배치, 자발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설계 철학이 전반에 깃들어 있다.
모험, 상상, 그리고 창의…놀이의 본질을 되살리다
놀이터의 구성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유아 놀이공간 ‘개구리밥놀이대’를 시작으로, 중앙에는 휴게 공간인 햇님테이블과 놀이창고가 자리하고, 그 뒤로 본격적인 활동 공간이 이어진다. 거미줄놀이터, 단풍나무놀이터, 모래놀이터, 골목길놀이터, 숲놀이터 등으로 이어지는 7개 테마 공간은 연령과 발달 단계별 놀이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구성으로 설계됐다.
단풍나무놀이터는 이 공간의 상징과도 같다. 거대한 단풍나무 모양의 놀이기구는 공중다리, 네트놀이, 원통형 슬라이드, 벌집놀이대 등을 하나로 연결해 아이들이 놀이 중 이동하고 탐험하며 놀이 동선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단일 기능에 그치던 기존 놀이기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공간적 실험이자, 놀이라는 감각을 최대한 확장시키기 위한 구성이다.
정읍시는 이 공간을 단지 ‘시설’로서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놀며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배움의 장, 감각의 확장소, 관계의 실험실로 구상했다.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공간을 바라보고 설계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기적은 놀이에서 시작된다…‘정읍형 창의놀이터’ 실현 시동
정읍시가 이 놀이터를 ‘기적의 놀이터’로 명명한 데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적은 ‘특별한 무언가가 발생하는 장소’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이 정읍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기적의 놀이터가 아이들에게는 꿈터가 되고, 부모에게는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정읍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놀이터의 시범 운영은 단지 놀이시설 개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읍시는 8월 말까지 시민 의견을 반영해 운영 체계를 조정하고, 화장실, 그늘막, 휴게 공간, 안내 시스템 등 편의시설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보안·개선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정읍형 창의놀이터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표도 갖고 있다.
정읍시는 기적의 놀이터를 중심으로 어린이 중심의 공간혁신을 도시정책 전반으로 확장하는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 놀이터가 새로운 도시 공동체의 중심이자, 세대 간 소통과 감각적 재충전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정책의 바탕에 있다.
놀이터를 다시 생각하다
놀이의 구조는 곧 도시의 구조와 닮아 있다. 안전하지만 흥미롭고, 개방적이면서도 연결되며, 정형을 벗어난 곳에서 창의가 살아난다. 정읍 기적의 놀이터는 이 구조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다시 그린 공간이다. 공공의 힘으로 조성된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는 진짜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놀이터가 일상 속에서 진짜 기적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도시의 관심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이 공간은 정읍시가 말하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의 실험대가 아니라, 그 구상이 실제로 구현된 핵심 장면이다.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고, 새로운 구조에 도전하고, 친구와 갈등하고 다시 웃는 그 모든 순간이, 도시가 어떤 환경을 먼저 갖춰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놀이는 곧 도시의 미래다. 그리고 지금 정읍은 그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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