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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위협 앞에서 수산자원을 지키려는 고창 어민들의 손이 분주히 움직였다. ‘풍천장어의 고장’ 고창에서 어린 뱀장어 6만마리가 강물로 흘러들었다. 생산자 스스로 시작한 방류는 뱀장어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제 보호종 지정 저지를 위한 첫걸음이다. 현장에서 지방정부, 수협, 어촌계까지 손을 맞잡은 이번 방류는 민관이 함께 만든 수산자원 보전의 의미 있는 실천이 됐다.
풍천장어생산자협회(대표 유삼경)는 7월7일 고창군 인천강 하구, 심원면 용선교 일원에서 양만어가(양식어가)들이 직접 사육하고 있는 어린 뱀장어 6만마리를 자연 방류했다고 밝혔다. 이날 방류행사는 협회 회원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고창군 해양수산과, 전북특별자치도 수산기술연구소, 고창군수협, 고창군어촌계협의회 등 유관 기관과 단체들도 함께 참여해 민관 협력의 모습을 보였다.
풍천장어생산자협회는 이번 방류의 목적이 뱀장어 자원의 회복과 함께, 올해 11월 재논의 예정인 사이츠(CITES·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 등재 저지에 대한 자율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뱀장어는 2014년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바 있으며, 국제적 보호종으로 등재될 경우 국내외 수급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뱀장어 양식업은 2024년 기준 약 5140억원 규모로, 내수면 어업 전체 생산금액의 7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실뱀장어를 활용한 양식은 대부분 중국과 대만에서 수입하거나, 국내 회유 개체를 포획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자원 고갈 문제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고창은 ‘풍천장어’라는 브랜드로 대표되는 국내 주요 생산지 중 하나다. 고창의 풍천장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라는 특성상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실뱀장어 방류는 지역 어업인들이 고창 풍천장어의 명성과 생태 기반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삼경 풍천장어생산자협회 대표는 “뱀장어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생산자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이번 방류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향후 체계적인 자원 관리 기반 마련을 위한 첫 걸음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흘려보낸 6만마리 어린 뱀장어는 고창 바다와 하천을 지켜온 어업인들의 현실적인 고민 끝에 나왔다. 민과 관이 함께한 이번 방류는 사이츠(CITES)라는 국제 규제 앞에서 자원관리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풍천장어 산업의 기반을 지키겠다는 지역 어업인들의 다짐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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