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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의 실효성은 현장에서 드러난다. 공무원의 책상 너머가 아닌, 마을 골목과 어르신들의 집 안 깊숙한 곳까지 이어지는 돌봄의 손길은 ‘고창군 지역사회보장협의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펼쳐지고 있다. 민관이 함께 이웃을 살피는 복지 시스템은 이제 행정의 보완이 아닌, 지역 복지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민관협력으로 세운 지역복지의 뼈대
고창군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행정과 지역 주민, 복지 전문가, 민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복지 실천 기구다. 14개 읍·면 단위에서 활동하는 이 협의체는 단순한 회의체를 넘어, 지역사회 곳곳에서 주민의 필요에 따라 실질적이고 촘촘한 복지서비스를 기획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고 있다. 고창군은 이 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생활 안정 및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사각지대 주민들을 위한 개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민간의 자발성과 행정의 조직력이 맞물리며, 보다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복지체계가 현실화되고 있다.
읍면마다 다른 얼굴, 특화사업으로 복지 맞춤화
고수면의 ‘햇살좋은 빨래터’는 이불빨래가 어려운 독거노인 가정을 찾아 세탁과 건조를 도맡는다. 상하면은 경로잔치와 삼계탕 나눔으로 어르신들의 끼니를 챙기고, 성내면은 자원봉사자들이 손수 만든 꽃을 달아드리는 카네이션 나눔으로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고 있다. 고창읍은 청소년 대학탐방 프로그램과 가정의 달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세대 간 교류도 함께 이끌고 있다. 각 면의 특성과 주민 수요에 맞춘 효자형 특화사업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주민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중심 복지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명절·긴급지원…위기와 일상 속 공백을 채우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진다. 협의체는 보훈 대상자,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역상품권과 생필품을 직접 전달하고, 함께 따뜻한 명절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또한 ‘고창형 긴급지원사업’을 통해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 생계 곤란 상황이 발생한 가구를 읍·면 단위에서 신속히 발굴하고 긴급 지원을 시행한다. 이는 기존 행정 절차로는 대응이 어려운 위기상황에 대해 협의체가 실질적 대처를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다.
정서복지와 건강지원, ‘효자형 사업’ 지속
2021년부터 시작된 한방진료 지원은 고창군의 대표적인 복지 협업 모델이다. 관내 한의원과의 연계를 통해 읍·면별 14명의 어르신에게 연중 무제한 한방진료와 연 1회 한약을 무료 제공하고 있으며, 효과적인 건강관리를 돕고 있다. 생신을 맞은 독거어르신에게는 떡케이크를 전달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생신축하드립니다’ 사업도 정기적으로 추진된다. 행정복지센터와 협의체 위원이 함께 방문해 직접 전달하는 방식은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정서적 고립을 막고 관계 기반 돌봄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의 청춘 프로필’…사진 한 장으로 전해지는 기억과 온기
한국사진작가협회 고창지부와 협의체가 함께한 ‘나의 청춘 프로필’은 고창군의 대표적 정서복지 사례로 꼽힌다. 화장과 의상, 머리 손질까지 모두 협의체 위원들의 재능기부로 꾸며진 이 사업은 어르신의 가장 행복한 하루를 기록으로 남긴다. 지난 5월에는 관내 취약계층 어르신 200여명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을 진행했고, 어버이날에 맞춰 액자로 제작해 전달했다. 오는 6월에는 장애인 단체와 시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촬영도 예정돼 있다. 사진은 그 자체로 가족이 없는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선물하고 있다.
소통과 역량을 키우는 현장 중심 교육도 강화
고창군은 올해 ‘세계보물창고, 복지디자인도 우리가 한다’는 주제로 읍·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역량강화 교육을 5개 권역으로 나눠 5일간 집중적으로 운영했다. 심덕섭 군수가 함께한 이 자리에서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협의체 조직화 방법, 역할 정립, 읍·면별 사업 공유 등이 논의됐다. 하반기에도 위원 역량강화 교육과 선진지 견학을 통해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읍·면 간 소통과 협업의 기회를 넓혀갈 계획이다. 이러한 내실 있는 운영은 향후 지역복지 거버넌스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먼저인 복지, 현장에서 답을 찾다”
심덕섭 군수는 6월2일 “고창군이 좀 더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도시, 따뜻한 도시가 되어가는 것은 협의체 위원들의 헌신 덕분”이라며, “지사협 가슴속의 사랑의 씨앗이 이웃들에게 희망의 꽃으로 피어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민선8기 고창군은 경제의 역동성과 더불어 사람 중심의 복지에도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창군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활동은 과시하지 않지만, 그 영향력은 깊고 단단하다. 복지는 정책이 아니라 관계라는 말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이들의 노력이 고창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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