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 장군 순국 13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사상을 재조명하는 특별전이 5월11일부터 정읍 황토현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시작됐다. 이번 전시는 ‘전봉준,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다’라는 주제로 오는 8월10일까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이어진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신순철)은 전시를 통해 전봉준 개인에 대한 기록이 희소한 현실 속에서도 그가 남긴 사상과 실천의 의미를 오늘날에 되새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에서 김개남, 손화중, 김덕명 등과 함께 부패한 조정과 외세에 저항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직접적인 기록은 극히 드물다. 전봉준의 사진 역시 1895년 체포돼 한양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일본인 사진사에 의해 촬영된 두 장이 알려진 전부다. 기념재단은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그가 시대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고찰하는 전시를 준비했다.
이번 특별전은 특히 “전봉준의 교수형으로 동학농민혁명이 끝났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혁명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는 기획 취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전시 개요문은 “갑오년 이후 1919년 3월1일, 1960년 4월19일, 1980년 5월18일을 거쳐 지금까지도 이 땅에는 불의에 맞선 수많은 전봉준이 녹두꽃처럼 피어나고 있다”며 “130년 전 전봉준이 시대의 부름을 회피하지 않았듯, 오늘의 우리와 미래세대에게 그 의미를 되짚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 내용은 국경오 작가가 레진에 유화로 제작한 ‘전봉준 장군 초상화’를 비롯해 전봉준의 출생과 성장, 당시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유물과 기록물, 연구자료와 문학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전봉준이 체포된 이후 신문과정을 담은 ‘전봉준 공초’ 원문이 포함돼, 혁명의 구체적 경위와 당위성, 그리고 조선 후기 농민의 현실과 구조적 모순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기념관 1층 특별전시실 내부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학생들을 위한 어린이 전시 공간도 별도로 마련됐다. 이 공간은 동학농민혁명을 문화예술적 감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유익한 관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상시 무료 개방되며,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과 연계한 현장 학습 및 탐방 코스로도 운영될 예정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관계자는 “신록이 푸르른 5월, 가족들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고 특별전시를 관람한다면 역사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문화적 성찰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교육적·사회적 기능을 함께 지닌 역사 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봉준의 이름을 역사서가 아닌 살아 있는 실천의 기억으로 되새기려는 이번 특별전은, 그가 남긴 가치가 단지 130년 전 한 사람의 저항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시대마다 반복된 부조리와 민중의 저항, 그리고 그 속에서 꺼지지 않았던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갈망이 바로 ‘녹두꽃’의 의미라면, 이번 전시는 그 질문을 다시 현재로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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