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간해피데이 | |
|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파렴치한 범죄다.” 한빛원전에서 92개의 스웨덴산 베어링 모조품이 납품된 사실이 밝혀지자,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은 강한 분노를 표출하며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전면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2012년·2018년에 이어 또다시 반복된 원전 부품 비리는 원전의 신뢰성뿐 아니라 지역 사회의 불안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4월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비순정 부품 납품 사건은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니라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사리사욕을 챙긴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에 따르면, 원전에 납품된 스웨덴 A사 베어링 총 314개 중 92개가 위조 문서를 통해 납품된 모조품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타지역 원전에서 A사 베어링 모조품 납품 사건이 드러난 뒤 한빛원전 점검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점검단은 한빛원전 1호기용 51개, 2호기용 178개, 3호기용 85개 등 총 314개의 베어링 중, 각 호기로 출고된 72개는 모두 정품이었으나, 예비품으로 자재창고에 있던 242개 가운데 92개가 모조품임을 확인했다. 특히, 한빛 1호기용 2개, 2호기용 90개가 자재창고에서 발견됐고, 현장에는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지금까지 문제된 부품이 현장에 설치되지 않았다며 안심시키려 하지만, 그 자체로 국민의 안전을 가볍게 여긴 방증”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도록 방치한 관리 체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순정 부품은 고온, 고압, 방사선 환경에서 파손, 누설, 노심 용융, 방사성 물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런 위조품을 발전소에 들여오는 순간부터 이미 재앙의 씨앗을 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품 진위는 납품서류와 실물 대조, 그리고 스웨덴 A사 본사 확인을 통해 밝혀졌다. 특히, 문제의 짝퉁 부품은 영광지역 B사가 단일 계약으로 납품한 것으로 파악돼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사 베어링은 원래 스웨덴 본사나 국내 정식 대리점을 통해 공급됐으나, 2023년경부터 영광소재 B사가 납품해 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반복된 비리에도 개선되지 않는 관리 체계에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영광 주민 김모 씨는 “2012년에 대규모 부품 위조 사건이 터졌을 때도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이라더니, 결국 또 터졌다”며 “수명 연장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돌아보라”고 말했다. 고창 주민 이모 씨는 “원전 주변 주민들은 매일 불안 속에 산다. 이런 대형 비리가 터지면 우리는 그저 희생양이 될 뿐”이라며 “정부는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만 하지 말고, 원전 전수조사부터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성명에서 “당장 한빛 1·2호기 수명 연장 논의를 중단하라”며 “원전 전수 안전조사와 함께 관련자 전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비리 적발에 그치지 않고, 뿌리까지 뽑아내야 한다. 관련자, 납품업체, 관리 책임자 누구도 예외 없이 조사하라”고 강조했다.
한수원 측은 “문제의 베어링 92개는 예비품 창고에서 발견됐으며, 현장에는 설치되지 않아 발전소 안전성에 영향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비순정 부품이 자재창고에 있다는 것 자체가 관리 부실”이라며 “창고는 설치 대기 상태나 다름없고, 이는 고장·사고와 직결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2012년 대규모 모조품 납품 사건, 2018년 프랑스제 비상디젤발전기 부품 모조품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원전 관리 부실과 비리는 반복되고 있다. 한빛 1·2호기의 수명 연장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사안이 드러나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주민들과 환경·탈핵단체는 이제 “구조적 개혁 없이는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