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대한 폭행과 괴롭힘 혐의를 받는 순정축협(정읍·순창) 조합장을 노동단체들이 엄벌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해당 조합장이 추가로 폭언·폭행한 장면들이 공개되면서 충격과 공분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순정축협 조합장 고모씨는 지난 3월 조합장 선거에서 78퍼센트의 압도적인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으며, 전국 축협 조합장 중 유일한 여성 조합장이다.
‘중소금융기관 직장갑질아웃 대책위원회 호남권모임’과 ‘전국협동조합노조 호남지역본부’ 등은 10월5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조합장의 ‘신발 폭행’ 사건이 발생한 순정축협 내 괴롭힘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노동당국이 노동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갑질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재발 방지책 마련과 조합장 사퇴 촉구” 등을 주장했다.
신발로 때리고 사표 강요
9월22일 전북지방고용노동청은 10여 명으로 이뤄진 특별근로감독팀을 구성해 이날부터 순정축협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 매체(JTBC)는 순정축협 고모 조합장이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직원들을 때리고 “사표를 안 쓰면 가만 안 두겠다”는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고 조합장은 9월13일 밤 11시경 순정축협 순창한우명품관에서 상무와 차장에게 폭언과 함께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 직원들은 9월1일 준공한 한우명품관의 건립과 준공까지 책임을 맡았던 간부들이었다.
고 조합장은 이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1시간 가량 폭행과 폭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한우명품관 시시티비에 전부 담겨 언론에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해당 조합장은 남성 직원 2명에게 무언가를 말하더니 갑자기 신고 있던 신발을 휘둘러 직원을 폭행했다. 또한 분노한 듯 손으로 밀치고 발길질을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표를 안 쓰면 가만 안 두겠다”는 등의 폭언도 계속 퍼부었다. 해당 조합장은 논란이 일자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극심한 충격을 받은 두 직원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현재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결국 피해자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해당 조합장을 송치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열심히 일해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폭행사건 이후 잘 풀려고 했는데, 자기합리화와 진정성 없는 태도에 실망했다. 가족이나 지인을 상대로 회유하고 내용을 다르게 왜곡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직원 모친상 가서도 ‘발길질’과 위협 이어져
10월5일 방송매체들은 고 조합장의 폭행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번에는 직원 모친상에서 벌어졌다.
시시티비 영상에는 조합장이 남성 직원 두 명의 팔을 잡고 이동하더니, 발로 정강이 등을 여러 번 차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거나 소주병을 들어 때리려고 위협했다. 이 직원에 대한 상갓집 폭행은 다른 직원들에 대한 한우명품관 폭행 이후 벌어졌다.
피해자인 40대 남성 직원을 폭행한 이유는 ‘노조 가입’이었다. 피해자의 동료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었던 곳이고 사람으로서 직원을 생각 안 하는구나 싶었다. 정말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피해 직원들은 고씨가 사과보다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폭행·폭언 축협 조합장 엄벌” 공분 높아져
순정축협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는 ‘당장 사퇴하라’는 등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노동단체들은 10월5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폭행·직장갑질 조합장 처벌’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단체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조합장의 변명은 더 가관이다. 1시간 가까이 명품관을 점검하며 피해자들을 폭행하는 것은 잊어버린 채, ‘당시 술이 과해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뻔뻔한 상식 이하의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고통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도,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다”고 했다.
또한 농협중앙회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노동조합에서 폭력조합장 사퇴 요구와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농협중앙회에 감사를 요구했으나, 농협중앙회는 말로만 조사이고 사실상 뒷짐을 진 채 어떠한 조사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조합장의 편에서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한 모습만 보일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는 신속하게 가해자 조합장을 처벌하고, 농협중앙회 등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을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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