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다 갑상선암을 앓게 된 주민들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도 패소했다.
부산고법 민사5부(김주호 부장판사)는 8월30일 오후 원전 주변 갑상선암 피해자 2800여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공동소송 원고들은 고리, 영광, 울진, 월성원전 등 한수원이 운영하는 핵발전소 인근(반경 10킬로미터 또는 30킬로미터)에 5년 이상 거주하면서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한 환자(618명)와 그 가족들이다. 지역별 피해자수는 기장 고리원전 251명, 영광 한빛원전 126명, 울진 한울원전 147명, 월성원전 94명이며, 이들은 갑상선암 진단까지 평균 19.4년을 원전 인근 마을에서 거주했다. 고창군민도 70여명이 소송에 참가했다.
이들은 원전 인근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상대위험도 등을 근거로 2015년 2월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2월 16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재판에서 패소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전신피폭선량은 공법상 구제 기준보다 낮다”며 “또 한수원이 배출한 방사성 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이 발생한 사실이 없고, 원고들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방사선에 피폭됐다고 볼 수 없다”며 판시했다.
소송에 참가한 주민들측은 “피폭량이 규제 기준 미만이라도 원전 근처에서 24시간 거주하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 피폭량과 갑상선암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다수의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갑상선암 발병과 원전 방사선 배출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전 인근 주민들이 인근 원전으로부터 받는 피폭선량은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선량한도보다 낮은 수치이며, 땅·우주·음식물 등으로부터 받는 자연방사선 피폭선량보다 훨씬 낮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법상 일반인의 방사선 선량한도는 연간 1밀리시버트인데, 재판부가 판단한 원전 부지 제한구역 경계의 방사선 수치는 연간 0.25밀리시버트라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현재까지 저선량 방사선 피폭과 갑상선암 등 암 발병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일치된 합의가 없는 실정이고, 향후 다양한 조사·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에 패소하자,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이날 부산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와 한수원은 주민들이 핵발전으로 인해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부산고법은 평생 질병으로 고통받는 핵발전소 지역주민의 고통을 외면했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시민지원단은 “정부가 의뢰해 서울대가 진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에 따르면, 핵발전소 주변 5킬로미터 이내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상대 위험도는 원거리에 비해 2.5배 높다”며 “올해 6월 환경부가 실시한 ‘월성원전 지역주민들의 건강 영향조사’ 결과에도 반경 5킬로미터 이내 주민의 47.1퍼센트의 염색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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