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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멈췄던 소싸움 대회가 다시 개최되기 시작하면서 ‘전통이냐 학대냐’라는 논란이 뜨겁다. 이와 관련해 소싸움 대회를 여는 지역 중 한 곳인 정읍시는 내년 소싸움 대회를 두고 대안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지난 3월20일 직무실에서 정읍녹색당(위원장 권대선), 동물보호단체 비마이독(대표 김정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등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권대선 위원장 등 참석자들은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는 전국 11개 지자체의 최근 5년간 소싸움 관련 예산자료와 동물학대 논란 내용 등의 자료를 제시하며, 정읍시에서 소싸움대회를 폐지할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학수 시장은 싸움소 농가가 폐업할 경우 보상을 통해 폐업을 유도하는 방안에 공감을 표시하며, 2024년도 본예산 편성 시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단체 ‘카라’는 3월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읍시는 2023년도 소싸움대회 예산에 2억8500여만원을 통과시킨 바 있어 시장의 ‘소싸움대회 대안’ 마련 표명은 시민사회의 요구와 가치관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내린 용단”이라고 평했다. 올해 소싸움대회는 신태인읍 일원에서 6월 초순경 개최 예정으로 소힘겨루기협회측이 준비중에 있다. 이에 정읍녹색당·정읍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등은 “소싸움 예산을 전액 삭감하길 바란다”며 “정읍시와 시의회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해왔다.
카라는 “소싸움은 동물학대”라고 재차 강조했다. 단체는 “송아지 때부터 싸움소로 선택된 소는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육성된다”며 “콘크리트로 속을 채운 타이어를 끌거나 산악 달리기를 하며, 심지어 산비탈에 매달리는 등 지구력을 키운다는 명목 아래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기 날이 다가오면 초식동물인 소에게 온갖 육식 보양식을 먹이고, 낯선 경기장에 영문도 모른 채 싸워야 하는 소들은 잦은 교상을 입는다”며 “경기에 출전한 소들은 나이가 들어 전투력이 떨어지면 비참하게 도축장으로 넘겨져 도살된다. 동물의 습성을 부정하며 오로지 ‘싸움’에 이용하기 위한 모든 과정이 그야말로 동물 학대로 점철돼 있다”고 했다.
정읍녹색당도 3월22일 보도자료를 내고, “ 이학수 시장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녹색당과 동물보호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표하며, 대안 마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며, “동물학대인 소싸움에 단연코 반대하지만, 싸움소 농가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해당 농가에 대한 적절한 폐업보상을 통해 정읍시에서는 소싸움을 하지 않도록 시민협약을 맺어, 정읍시를 전국적으로 앞서나가는 동물복지 선도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 제8조…소싸움은 예외
소싸움 대회가 열리는 곳은 경북 청도군 등 전국 11개 지역이다. 666년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기념 잔치에서 비롯돼 1971년부터 전국 규모의 대회로 발전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과 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한다. 그러나 소싸움은 민속경기에 포함돼 단속 대상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지정한 11개 지자체장이 주관하는 소싸움 경기는 이 때문에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소싸움 대회를 추진하는 지자체와 사단법인 한국민속소싸움협회는 “소싸움은 전통문화유산으로 적극 육성하고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페인의 투우, 태국의 닭싸움, 터키의 낙타싸움처럼 우리도 전통문화유산이라는 관점에서 소싸움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싸움을 둘러싼 동물학대 논란은 여전하다. 동물보호단체와 녹색당 등은 지난 2월1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싸움이 전통문화로 포장된 동물 학대 행위에 불과하다”며 “동물보호법 제8조에서 소싸움을 예외 인정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자연 상태에서 싸우지 않는 초식동물인 소를 사람의 유희를 위해 억지로 싸우게 하는 것 자체가 동물 학대”라며 “민속 소싸움은 소로 논과 밭을 갈던 때 마을 축제의 하나로, 농사가 끝난 뒤 각 마을의 튼튼한 소가 힘을 겨루며 화합을 다지는 행위였다”며, “소싸움에서 상금을 타려고 학대와 같은 훈련을 하거나 동물성 보양식을 먹여대는 방식의 싸움소 육성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싸움소를 키우는 농가와 업계 종사자의 생계 문제로 단번에 없앨 수 없다면 소싸움 예외 조항에 일몰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카라 역시 “인간의 유희를 위해 동물에 상해를 입히는 학대를 더이상 ‘전통’으로 유지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며 “나아가 소싸움에 대한 일몰제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대안 마련의 과정에서 싸움소 농가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적절한 폐업보상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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