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세무사·고창읍)
직업과 관련하여 세무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아닌 지역의 이슈에 대하여 신문에 글을 올리는 것은 처음이라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지역의 청년으로서 고창군 갈등의 상황에 많은 아쉬움이 있어 부족하지만 몇 자 글을 적습니다. 먼저 이 글은 동우팜투테이블의 입주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주장하는 글이 아님을 밝히니, 이점 오해 없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지난 1년이 넘게 고창군청 교차로 중심으로 동우팜투테이블의 고창일반산업단지 입주에 대한 고창일반산업단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고창군청의 대립은 최근 전북지방환경청의 ‘고창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환경보전방안검토서’의 반려를 계기로 법률적 및 절차적으로 비대위측 반대의견에 힘이 실리는 듯 하였다.
그러나, 최근 비대위 천막 주변으로 동우팜 입주 찬성의견을 나타내는 현수막을 관내 단체들이 걸으면서, 이 싸움은 행정과 비대위의 싸움에서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진 군민들 간의 갈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일단 겉으로는 말이다. 이러한 갈등이 자발적이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작이건 간에, 지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동우팜에 대한 입장은 수면아래에서 군민들 간에도 첨예하게 대립되어 온건 사실이다.
아마도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는 각자의 매력있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동우팜 입주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살려서 소멸위기에 있는 고창을 활성화 시키고자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부안군의 사례와 같이 심각한 환경오염과 악취로부터 고창을 보호하기 위함이듯, 각자가 고창을 위하는 충분한 입장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 우리 고창은 뭐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지역이기에, 찬성과 반대를 통하여 이슈에 대하여 검증하고 살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 바로 군민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군민을 통합하는 일이다. 분명 동우팜과 관련된 문제는 찬성이든 반대든 어느 한쪽으로 결론이 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결론 후에 남겨지는 우리 군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진 군민을 통합하고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한 기관은 있는가? 아마도 있었다면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갈등을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4년마다 투표를 통하여 주민의 의견을 대신 전달할 지방의원을 선출한다. 지방자치법 제30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법 제36조에서는 “지방의회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의기관에서 “대의”라 함은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의원이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여 정치를 담당하는 일”이라고 표준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듯이, 우리 군민은 우리의 의사를 대표하여 일할 수 있는 일꾼으로 지방의원을 선출하였다. 즉, 지방의원은 군민이 주어진 권한을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진 군민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일은 지방의회가 나서서 해야 하는 것이다. 고창군의회 의원들은 동우팜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먼저 정리하고, 만약 동우팜 입주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면 몰매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비대위를 찾아가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했어야 할 것이며, 반대의 입장이라면 행정을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군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중재하려 노력하였어야 할 것이나, 아쉽게도 지난 시간 그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지방의원 각자 개인의 입장이 반대라고 하여 나홀로 일반 군민처럼 피켓들고 시위하고, 에스엔에스(SNS)에 자신의 의견을 올리라고 군민들이 지방의원으로 선출시켜 준 게 아니다.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의원은 그 위치에서 주어진 권한과 합당한 방법으로 군민의 의견을 실현시키라고 있는 자리이다.
새 중의 왕이라고 하는 봉황을 나타내는 “봉황 봉(鳳)”자는 공교롭게도 “새 조(鳥)”가 “무릇 범(凡)”안에 들어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즉, 봉황이 되고자 하는 자는 보통의 무리 안에서 어우러질 때 가능하다고 할 수 있으나, 용기 있게 군민의 갈등의 중심에 서서 군민의 통합을 위하여 나서는 지방의원 한명 없다는게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참 아쉽다. 한편으로는 앞에는 나서지도 않으면서 군민들 간에 싸움을 붙여놓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뒤에서 웃고 있을 동우팜투테이블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를 생각하면 더더욱 화가 난다.
우리 고창은 동학농민혁명의 기포지라는 역사를 품고 있으며, 그 기백으로 내 부모님이 일궈놓은 고향이며, 내가 지금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는 소중한 터전이다. 그리고 훗날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이다. 함부로 일개 기업이 분탕질로 흐트러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실제로 싸움의 결론에 따라 이득을 얻거나 손해를 보는 당사자는 동우팜 아닌가? 행정의 뒤에 숨어서 잘되면 삼키고 안되면 뱉어버리고 떠나는 행태를 보이겠다는 것인가?
동우팜투테이블 대표이사는 앞으로 나와야 한다. 직접 설득하고 직접 발로 뛰어서 군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동우팜이 진정 고창을 위하는 기업이라면, 직접 나서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고창군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이간질하지 말고 직접 나서야 한다.
이에 힘 없는 군민들의 갈등의 골을 깊게 하지 말고, 군의회가 나서서 동우팜을 문제의 중심에 끌어내어 갈등을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번 동우팜과 관련된 일들을 보면서, 나의 인생에서 훗날 지역에서 역할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고창이 분열되도록 가만히 있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새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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