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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원순환사회 만들기와 ‘고창군 자원순환조례’에 대하여
편집자 기자 / 입력 : 2021년 06월 28일(월)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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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아산면소각장반대대책위 공동대표, 고창군소각시설공론화위원회 위원(주민대표))


※자원순환사회 만들기 토론회가 지난 6월14일 오후 동리국악당에서 열렸습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의 ‘소각시설 공론화 성과와 과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쓰레기를 넘어 순환경제로 가는 길’이라는 발제가 있었고, 이후 패널토론에서 이상훈 공동대표가 ‘고창군 자원순환조례(안)’에 대한 모두발언이 있었으며, 이상훈 공동대표의 모두발언을 전제합니다.  


⑴ 공론화 성과와 과제와 관련하여

공론화 합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소각시설은 딱 15년만, 보다 안전하게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아산면에는 고창의 생활폐기물 매립장이 20년, 소각장은 앞으로 15년, 총 35년동안 운영될 예정입니다. 14개 읍면에서 한 지역이 35년을 집중적으로 피해를 겪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따라서 15년 소각장 운영 후에는 절대로 연장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합의입니다. 아울러 운영기간동안 보다 안전하게 운영하고, 그동안의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며, 향후 타 읍면에 소각장을 건설할 때도 이번과 같은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의 조례’ 개정과 군수의 ‘결정 고시’ 등이 있었습니다.

둘째는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여 재활용을 확대하는 것(자원순환사회 만들기)에 대한 합의입니다. 이렇게되면 아산 소각장이 운영될 동안, 오염총량을 줄여 인근 주민의 피해를 축소할 수 있습니다. 또 향후 소각장 건설 시, 지역갈등이 최소화될 것입니다. 생활폐기물(쓰레기)를 모두 소각해도 20% 이상의 잔재물과 불연성 쓰레기가 생겨 이를 매립해야 합니다. 만약 15년동안 노력하여 쓰레기를 줄일 수만 있다면(제로웨이스트, Zero Waste), 소각장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와 소각장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즉, 공론화는 고창을 자원순환사회로 이행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소각장 주변 지역의 주민이 15년을 양보한 것입니다. 이것이 가진 의미는 이정현 사무부총장(전북환경운동연합)이 언급한 바와 같이 △‘폐기물 발생과 처리에 있어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논의’ △‘소각장 문제의 대안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고창군이 추구해야 할 생활폐기물 관리정책’에 대한 것입니다. 

여기에 공론화 위원으로서, 소각장 주변지역의 주민으로서 그 의미를 덧붙인다면, 만약 자원순환사회를 위한 실천과 노력이 미흡하게 되면, 공론화는 소각장을 짓기 위한 명분이 될 뿐이어서 두고두고 고창군의 짐이 될 것입니다. 그 대신 공론화 합의대로 자원순환사회 만들기가 진일보한다면, 소각장 주변지역의 양보가 고창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에, 공론화는 주민의 자부심을 키우고 고창군도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⑵ 자원순환사회 만들기와 관련하여

자원순환사회 만들기는 앞으로 ‘고창군 자원순환조례’를 제정함으로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미 고창군이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소각장 주변지역 주민의 입장을 간단하게 말씀드립니다.

2018년 1월, 정부 차원에서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이를 기초로 일부 광역지자체가 조례를 만들고, 이어 기초지자체들도 조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북지역에서도 전북도뿐만 아니라 전주와 익산에서 조례를 만들었습니다(전국 약 33개 지자체).

그렇지만 고창군은 소각장 싸움을 계기로 만드는 것이기에, 타 지자체와는 조례제정의 배경이 다르고, 문제의식과 실천 의지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고창군 조례안에 대해서는 이를 검토해 각 조항별로 수정할 내용을 제안했으며, 조례의 목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몇 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① 또 하나의 유사 조례를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창군에는 새로 만들 ‘고창군 자원순환조례’와 유사한 기존 조례가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창군 녹색제품 구매촉진 조례’, ‘고창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 조례’, ‘고창군 환경보전을 위한 기본 조례’, ‘고창군 생활폐기물 등 처리 및 수수료 등의 부과·징수에 관한 조례’ 등등. 이들 조례에서도 군수와 고창군의 책무 등이 언급되어 있고, 우수마을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조례가 있는지조차 주민들은 알지 못하고, 우리 모두 그 성과에 대해서 실감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이런 조례를 만들어야 할 고창 내부의 필요성 보다, 외부 즉 국가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형식적으로 받아드린 조례다 보니 실천력을 담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창군 자원순환조례’도 현재는 공론화의 여진이 남아있어 관심이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도 바뀌고 기억도 옅어질 것이므로, 자원순환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밭침하기 위해서는 군수의 책무가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창군 자원순환정책실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반드시 군수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울특별시는 국장급, 대도시에서는 부시장 등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민역량이나 전문가 등이 전무한 상태에서 군수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② 민관 거버넌스에 대해

자원순환사회 만들기, 생활폐기물 문제는 공무원의 역량과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주민의 지원과 동참이 없으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즉 어느 사업보다 민관 거버넌스가 성공의 필수조건입니다. 현 조례안에 공무원 및 주민교육 강화, 이를 통한 주민속으로 자원순환사회의 실천을 확대하고 내재화시킬 방안이 언급되어 있지만, 불행하게도 도시지역과 달리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주민이나 전문가, 시민역량 등이 부족합니다. 이럴 경우 민관 거버넌스나 주민교육 강화는 형식적인 시늉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관이 나서서 민간의 핵심역량을 키우면서 자신의 역할과 자리를 주민에게 내어주는 과정이 가장 필요합니다. 이게 행정의 속성상 쉽지 않는 일이지만, 고창에는 실제 성공사례가 있습니다. 식초도시를 표방하며 핵심역량을 만들고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갔는데, 이는 불모지에서 핵심 민간역량을 키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준 귀중한 사례입니다.

핵심역량은 자원순환사회에 관심있는 고창의 젊은 세대와 소각장으로 피해를 보는 주변마을 주민을 먼저 교육시킴으로서 가능합니다. 또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재원과 관련해서는, 매립장이 설치된 면에까지 주민숙원사업비(2022년까지)를 제공하는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하나도 없습니다. 이 같은 토목적인 숙원사업도 필요하겠지만, 원인이 되는 쓰레기를 자원순환을 통해 축소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③ ‘고창군 자원순환정책실천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미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자원순환 실천조직체가 존재합니다. 우리의 경우 공론화 합의문에 ‘자원순환정책실천위원회’라 하여 ‘실천’이라는 용어를 넣은 것은 자원순환을 위한 실천력 있는 위원회를 주민들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각장 싸움을 거치며 ‘자원순환정책실천위원회’가 해야할 일에 대한 주민의 바램이 있었는데, 고창군이 준비한 조례안은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향후 새로운 소각장 부지의 선정 일정과 과정의 문제 △생활 폐기물에 대한 감량 목표율과 감량 이행수단 등의 사항 △재활용 촉진 분리배출 캠페인 및 매립장과 소각장의 환경 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한 사항뿐 아니라, △자원순환사회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재정적·기술적 지원에 관한 사항까지 협의하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또 ‘자원순환정책실천위원회’는 10명으로 구성하지 말고 그 성원을 늘리며, 군수가 위원장이 되고,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관련 주민지원협의체 위원과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이 위치한 지역주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목소리가 항상 제기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공론화의 완성은 자원순환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군수의 역할이 강조되고, 주민 핵심역량을 키우며, ‘자원순환정책실천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④ 고창군청의 선도적 실천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원순환사회를 위해서는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고창군청의 선도적인 실천이 중요합니다. 이를 구현하는 것으로 조례에 ‘공공기관 폐기물 감량’이라는 조항을 추가하여, “군수는 군청사 및 제10조 제2항 각 호의 기관의 건물, 주최하는 행사에서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는 등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기 위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야 합니다. 

군청사나 고창군 관련 기관에서는 자동세척기를 설치하고 다회용 컵만을 사용하며, 모든 행사 시 일회용품의 사용을 제한하면 군청의 이용객뿐 아니라 군민에게 크게 영향을 줄 것이고, 전국적으로도 고창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준비기간을 거쳐 일회용기 사용 시 패널티를 주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솔선수범을 통해 군민을 설득하는데 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저희집에서 어느날 아침에 창문을 열면 냄새가 코를 찔러 바로 창문을 닫는 날이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배출가스를 마셔야 합니다. 여러분도 환경시설사업소에 가면 코를 막을 수밖에 없는 냄새가 진동하기도 합니다. 주민들이 공론화에 합의했다 해서, 그분들이 월급을 받는다 해서, 이런 냄새와 배출가스 속에서 살아도 괜찮고 견디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만이 아니라 생활폐기물의 처리를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내놓는 것으로 군민과 고창군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들의 희생과 지역적 불균형을 넘어, 고창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고창군 자원순환기본조례’를 검토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들의 아픔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이번 공론화는 소각장을 짓기 위한 요식적 절차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고, 향후 민간이 고창군과 하게 될 대화나 합의는 전혀 권위를 갖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 점을 깊이 헤아려 주십시오.

편집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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