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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온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이 사전심사에서 ‘반려’ 판정을 받아 등재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심사 의견을 참고해 등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등재 불가’ 판정을 받은 유산은 재신청이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따라서 문화재청과 달리 전남 등 지자체들은 고심에 빠졌다. 최종예선이라고 할 수 있는 자문기구 심사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상황에서, ‘등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지, 아니면 자료를 보완해 다시 도전할지’에 대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전남도 관계자는 6월1일 “외교부·문화재청과 관련 광역·기초지자체 등과 협의를 통해 향후 계획을 수립하겠다”며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부결될 경우 유산 등재 재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5월11일 세계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보성·순천의 갯벌들을 묶은 ‘한국의 갯벌’에 ‘반려’를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반려’는 등재의 최종 관문인 자문기구 심사 결과의 4개 등급 중 세번째로, 현재로서는 등재 후보로 적절치 않다는 뜻이다. 문화재청은 “심사 의견을 참고해 등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공개한 관련 자료를 보면, 연맹 쪽은 한국의 갯벌에 고유종 47종과 멸종위기 해양무척추동물 5종을 포함한 2150종류의 동식물이 서식해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연 서식지’의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안 갯벌 외엔 대규모의 지형학·생태학적 과정을 나타낼 수 있을 만큼 범위가 넓지 못하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핵심 지역을 포함하지 못했으며, 세계유산을 둘러싼 완충지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한국의 갯벌’은 지난 2018년에도 보존관리 주체가 기술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신청 자체가 무산됐다. 이에 문화재청은 개별 구성 유산의 상세지도와 4개 지역 갯벌의 통합 관리 협력체계에 대한 설명을 보강해, 2019년 1월 신청서를 낸 데 이어 지난해 4월까지 심사 평가를 받았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여부는 애초 지난해 여름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미뤄지면서 심사 결과 공지도 1년간 미뤄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으로 나뉘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와 세계자연보존연맹이 각각 신청 유산들을 심사한다. 두 기관은 ‘등재 권고’(Inscribe)·‘보류’(Refer)·‘반려’(Defer)·‘등재 불가’(Not toinscribe) 가운데 하나를 택해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권고사항으로 전달한다. ‘등재 권고’를 받으면 등재가 유력해지나 그밖에 다른 결과가 나오면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심사에서 등재 여부가 판가름난다.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불가’ 판정을 받으면 재신청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 유산이 자문기구의 ‘등재 권고’ 없이 등재된 사례는 2010년 ‘보류’ 권고를 받은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이 있다. ‘한국의 서원’은 ‘반려’ 권고 뒤 재신청해 등재했고,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사찰 7곳 중 4곳만 ‘등재 권고’를 받았으나, 7곳 모두 세계유산이 됐다. 현재 한국의 세계자연유산은 지난 2007년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이버 외교단 ‘반크(VANK)’에서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지정해 달라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요청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반크는 세계 최대규모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알지(www.chang.org)’를 통해 “한국의 갯벌은 국가의 경계를 넘고, 현재와 미래 세대의 모든 인류와 함께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할 자연적 중요성을 지녔기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지난 2001년 1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록하면서 후 세계자연유산 등재 운동이 6년 만인 2007년 6월27일 결실을 보게 됐다. 등재가 확정되기까지는 148만여명이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등 범국민적 성원이 잇따랐다. 서명참가 방법은 국제청원사이트인 ‘maywespeak.com/getbol’로 접속해서 사이트에 성명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 후 서명에 동참하면 된다.
한편, 고창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불투명해지면서, 고창군이 심원염전을 매입·계획하고 있던 ‘일몰경과 함께하는 생물권체험학습벨트 조성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창군은 1단계로 2024년까지 ‘갯벌세계유산센터’를 짓고, 2단계로 염생식물원, 자연생태원, 소금관련 6차 산업화 단지를 조성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생태공원과 생물원 등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최우선으로 ‘갯벌세계유산센터’를 두고 충남·전남과의 유치경쟁은 고려됐지만,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파란불이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빨간불’이 켜지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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