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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의회 상임위 통과 조례안 2건, 본회의 미상정 사태 발생
상임위 통과 안건은 합당한 사유 없으면 본회의 상정이 원칙
본회의 열리기 전 불출석 의장이 의회사무과에 미상정 의사 전달
의장, 시급한 안건이 아니라서 다음에 상정하기 위해 보류 해명
미상정 조례 중 한 건은 청보리밭 축제 관련 위탁건으로 시급안건
의장 발의 조례안 관철 위해 산건위 통과 조례안 볼모는 안 돼
안상현 기자 / 입력 : 2021년 03월 08일(월) 23:21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고창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를 통과한 조례안 2건이 통째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안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본회의에 상정 안 된 안건은 고창군 경관작물 다목적 체험관 민간위탁 동의안고창군 고창사랑 상품권 관리 및 운영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었다.

지난 218일부터 9일간 고창군의회 제279회 임시회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번 회기에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차남준)에 올려진 조례안 3건 중 2건이 심사를 통과했고, 이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 의회사무과에 그 결과를 보고했지만, 이 조례안들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고창군의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의회사무과에 확인한 결과 최인규 의장이 본회의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올라온 안건을 상정하지 말라고 전달해 상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회의 안건상정 여부는 의장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는 최인규 의장이 불출석해 임정호 부의장이 의장 권한대행을 맡긴 했지만, 의장이 미리 행사한 권한을 이반해 부의장이 상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한다. 이 일로 당일 의회 분위기는 어수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임위 심사 결과보고가 통보된 때에는 합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합당한 사유란 법률적 문제나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이다. 의장이 상임위 통과 안건을 합당한 사유 없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의회는 의장 한명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고, 상임위는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다.

최인규 의장은 시급한 안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인이 출석했을 때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 보류시켰다고 해명했다. 즉 합당한 사유가 시급한 안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상임위를 통과했기 때문에 본회의를 거치지 않았어도 통과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집행부에 먼저 적용해도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급하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 3월안에 임시회의를 열어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이었다. 본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은 안건은 실행이 불가능하다. 당연한 상식이다. 어떠한 일이 정당한 절차 없이 의장의 허락 하에 가능해져서도 안 된다. 또한 시급하지 않은 안건이라면서도 논란이 일자 일정에도 없는 임시회의를 열어 처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욱이 의장 불출석 시 부의장이 권한대행으로 본회의를 진행할 수 있고, 의장이 꼭 출석해 처리해야만 하는 안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출석했을 때 상정하려 했다는 것은 정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다른 상임위(자치행정위원회) 통과 안건들은 본회의에 상정이 됐었다. 산업건설위원회 통과 안건들만 콕 찍어 미상정한 것이다. 특히 이중 한 조례안은 청보리밭 축제기간에 운영돼야 하는 체험관 위탁에 관한 것이어서 공고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시급한 사안이었다고 한다.

의회사무과는 의장이 전달한 미상정 사유가 합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먼저 검토했어야 한다. 그런데, 의회사무과는 이유는 모르니 의장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회피했다. 의장이 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어서 합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의회사무과가 의회를 보좌하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기본과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다른 의원들을 취재한 결과 이 사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최인규 의장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고창군 발전소 소재지 주민지원에 관한 조례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조례안은 산업건설위원회에 배정되었지만, 내용상 현 시점에선 최인규 의장의 지역구인 흥덕면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지난 회기에 특혜성·형평성 문제로 상임위에서 보류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회기에 다시 올라왔고, 지적된 내용이 같아 심사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일이 발단이 되어 산업건설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조례안들이 의장의 말 한마디에 본회의에 미상정 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의장이 자기 지역구를 챙기고자 대표 발의한 조례안 통과를 위해 상임위에서 통과된 다른 조례안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최인규 의장은 자신이 발의한 조례는 과거 흥덕면 대규모 사업 중단으로 인해 흥덕면민들이 큰 피해를 업었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보상차원으로라도 꼭 필요한 조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38일 간담회에서 임시회 개최도 제안하고, 자신이 대표 발의한 조례의 필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장직은 의회가 바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잘 관리하고 조율하는 자리이다. 자신 또는 자기 지역구 이익만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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