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8일(목), 현재 아산면에 추진중인 고창군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는 아산면민들이 제2차 궐기대회를 마치고, 유기상 군수에게 ‘3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주민대표들 서너명이 군청 2층에 있는 군수실로 찾아갔다. 그런데 군청 공무원 1백여명이 1~2층에 쭉 도열해 있었다. ‘왜 업무를 보지 않고 나와 있는 거지?’ 그 이유는, 혹여라도 있을 만일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장면이 현 민선7기가 군민의 대하는 태도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평상시보다 특별한 때 본심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시 군수실에는 군수가 없었다.
농성장에 나온 아산 주민들(아산면 소각장 반대 대책위)의 요구는 심플하다. “현재 추진중에 있는 소각장 건설을 일단 멈추고, 현 소각장 건설이 적절한 것인지 검토 한번 해 보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지방자치 교과서’ 운운하는 유기상 군수 입장에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줄기차게 ‘협치’를 강조했던 유 군수에겐 일관성도 있다. 대외적으로도, 표를 얻기 위해서도, 명분에서도, 유 군수에게 유리하면 했지 불리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2013년 이강수 군수 때 결정된 일이므로 부담도 없다.
그런데 일련의 유 군수와 군청의 대응은 분노의 에너지를 키우며, 심란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크고 작은 불상사들이 일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인근주민들에 따르면 소각장 건설에 더 속도를 내는 듯 보인다고 한다. 주민들이 무기한 농성중인데도, 지난 4월17일에는 ‘소각장 전기공사 관급자재’ 10억원치를 수의계약했다. 소각장 관련 초청강연을 위해 아산면복지회관을 빌리려고 하자, 시덥지 않은 이유를 대며 불허하다가 결국 합당한 이유가 없자 허가했다. 대책위에서 게시한 현수막을 철거하기도 했다.
각 읍·면에는 “기관·사회단체장 및 이장 회의, 각종 교육 시 소각시설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적극 홍보하고, 월중업무 보고시 그 홍보실적을 게시하라”고 했다(4월18일). 소각시설 관련 아산주민을 방문한 뒤 결과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4월27일). 급기야는 대책위 모르게(배제하고), ‘아산면 사회단체장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현안 타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5월13일).
3월27일 제1차 궐기대회 때, 유 군수는 당사자들과 직면하지 않고, ‘고창일반산업단지 부지에서 군수출마를 선언한지 1년이 됐다’는 기자회견을 하며, ‘소각장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4월18일 제2차 궐기대회 때는, 대책위에서 군수실을 찾아가 요구사항을 전한다고 했는데도, 군수실에 군수가 없어 비서실장이 받았다. 5월10일(금) 제3차 궐기대회 후엔, 5월13일(월) 황당하게도 ‘군수’가 아닌 ‘부군수’가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부군수가 뭐지?
왜 소각장과 관련해서 ‘군수’가 아니라 ‘부군수’가 기자간담회를 한다는 것일까? 본지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군청에서 대책위 주민들의 참관을 불허했고, 이에 주민들이 항의하자, 부군수는 인사만 한 채로, 군청측은 “나눠준 서면으로 대신한다”며, 기자간담회는 5분만에 끝이 났다. 부군수의 무책임한 자세에 기자들만 물 먹은 셈이다.
애초 도청에서 잠시 파견되는 ‘부군수’가 첨예한 ‘현안’에 대해 기자들과 무슨 간담회를 한다는 것일까? 공무원의 예산집행과 인사를 관리하면 되는 ‘부군수’의 역할을 깨고, 이제부터 책임있는 자세로 현안에 개입하겠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기자를 만날게 아니라, 먼저 당사자들을 만나야 할 것이다. 군청 바로 앞에 있다. 책임있는 자세로 해결할 의지가 아니라면, 부군수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군수의 생각은?
지난 5월4일(토) 아침 7시부터 8시30분까지, 대책위 집행부 4명과 군수는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얘기를 했지만, 서로의 차이만 확인하고, 합의하거나 접근한 내용은 없다고 한다.
대책위는 “소각장은 아산 주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절차상 하자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고창군청이 행정력을 동원하여 소각장을 친환경시설처럼 설명하고, 반대하는 우리 대책위를 폄하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민민갈등을 조장하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전했다. 또 군수에게 소각장 결정과정을 포함한 안전성 등 모든 영역에 걸친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유 군수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어려우며, 대신 대책위와 관련공무원이 주 1회 모여, 소각장 설치과정의 문제뿐 아니라, 향후 건설과 운영문제까지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핵심쟁점은 ‘소각장 공사를 계속하면서 대화를 하느냐’, 아니면 ‘소각장 공사를 일단 멈추고 대화를 하느냐’다. 그렇다면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진짜 대화를 하려면, 대화하자는 것이 진심이라면, 공사를 계속해야 할까? 공사를 멈춰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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