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수성동에 자리한 ‘혜화당한약방’(대표 황종석)은 정읍에서 36년째 차별화된 한약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불임여성에 특화된 전문상담과 차별화된 한약을 조제해, 전북을 비롯해 전국에 입소문이 난 곳이다. 특히 한약업사 자격증을 갖춘 상태에서, 한약산업의 현대화와 회계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신뢰와 성실의 경영성과가 돋보인다.
생명중심의 경영철학을 내세우며 정읍에서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혜화당한약방은 소상공인의 본보기로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11월6일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청장 김광재)은 ‘백년가게’에 선정된 전북 6개 가게 중 정읍에서 선정된 3곳(혜화당한약방·정읍낚시·제일스포츠)를 대상으로 현판식 행사를 진행했다. 본지는 지난 11월9일(금) 오후 1시30분 혜화당한약방에서 황종석 대표를 만났다.
‘백년가게’란 업력 30년 이상 도소매·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에서, △경영자 전문성 △제품 차별성 △마케팅 차별성 △조직관리·운영 △재무성과 등을 평가해,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는 우수 소상공인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백년가게에 대해 컨설팅과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지원을 하고,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비·보증료, 정책자금 금리 등에서 우대혜택을 제공한다. 일반소상공인 교육 시 강사로 활용해 노하우를 전수하고, 모범사례집을 발간해 소상공인 전체에 알려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약업사 자격증 취득…전국적으로 알려진 불임 한약
황종석 대표는 1982년 5월 옛 정읍극장 옆에서 한약방을 개업한 뒤, 현 위치에서 영업한 지도 30여년이 지났다. 전부 합쳐 정읍에서 36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미 고창군 부안면에서 1967년에 한약방을 시작했으니, 한약방을 한 지는 50여년이 훌쩍 지났다.
1941년(호적 1943년) 고창군 성내면 신대리 태생인 황 대표는 한약방을 하는 친척어른을 통해 한약을 공부하다, 1967년 한약업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면서 바로 그해 부안면에 한약방을 열었다. 부안면에 있을 때부터 청년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어려운 아이들이 공부에 보탬이 되도록 여러 봉사활동을 실천했다.
혜화당한약방이 내는 한약의 차별성은 뭐니뭐니해도 불임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물론 산부인과 수술에 의해 치료할 수밖에 없는 불임의 경우는 제외하고, 몸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황 대표만의 차별화된 연구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한약은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자자해, 이 불임 치료만으로 한약방을 유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임은 ‘피임을 하지 않은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하고 있음에도 1년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보통은 1년 이내에 70~80퍼센트 정도가 임신이 이뤄지며, 2년 이내에 80~90퍼센트가 임신에 성공한다. 그러므로 불임으로 치료가 필요한 시기는 임신을 위한 노력을 2년 동안 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을 때이다.
30대 후반의 결혼한 여성이 한약방에 오면, 속이 미식거린다거나 허리나 배가 아프다고 하면 많은 경우 불임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황 대표는 동의보감 등에서 불임에 특화된 약을 찾았지만, 여성의 경우 대부분 몸을 보하고 따뜻하게 하는 약을 쓸 뿐이었다.
임신이 잘 되려면 우선 월경이 순조롭게 되고, 착상이 잘 돼야 하며, 착상 후 아기가 잘 자라야 한다. 황 대표는 임신 과정을 하나의 약을 쓰는 전체로 보지 않고, 각 과정들마다 구체적으로 필요한 약이 일을 거라고 봤다. 여러 서적을 연구하고 경험을 쌓은 끝에, 착상이 잘 되도록 돕는 약, 아기가 잘 자라도록 몸을 따뜻하게 보하는 약, 특히 배란이 잘 되는 약을 ‘생산탕’이라 이름붙이며, 불임에 특화된 한약방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장학재단, 케이블카, 종교활동 등 사회활동에도 힘써
황종석 대표는 정읍향토문화장학재단 초대 윤규영 이사장에 이어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1980년대 장학계에서 시작된 정읍향토문화장학재단은 198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설립당시 자본금 7360만원의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30여년의 긴 세월이 지난 현재 재단기금은 3억여원으로 성장·발전하여, 명실공히 지역사회 인재양성을 위한 재단법인으로서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 속에서 꾸준히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지역의 인재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후원할 의무가 있음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군생활 하며 얻은 믿음도 정읍성광교회에서 장로로 복무하며 신앙·봉사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대구사람들이 운영했던 내장산 케이블카를 인수하며 지역경제의 자긍심을 지켰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존속한 가게가 2만2천 곳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90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창업·폐업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갈수록 살아남기가 어려운 게 한국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중소벤터기업부는 백년가게 육성정책을 내놓았을 것이다. 정책적으로 다소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따르지만, 취지와 방향에서만큼은 공감하고 지지한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소상공인을 찾아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그래서 언젠가 100년 된 가게에서 한약·채소·과일을 사고, 김치찌개·비빔밥·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날이 넘쳤으면 하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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