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들이 폭력진압 직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을 때, 한 시대는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세계의 문은 열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관성은 틈만 생기면 문이 닫힌지도 모르고 거꾸로 가려고 한다.
고창군의회 예산결산위원회(위원장 조규철 의원)도 거꾸로 가고 싶었나 보다. 예산 심의 방청을 거부했다. 그야말로 ‘밀실’ 예결위다. 적어도 최근 10여년간은 없었던 일이라 추정되고, 현재 대한민국 어느 의회에서도 없는 일로 추정된다. (추정된다는 것은 모든 때, 모든 곳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12월4일(월) 오후 2시 ‘내년도 5454억원 예산심의’를 위한 예결위가 처음 열렸고, 본지는 여느 때처럼 방청을 하려고 했다. 독자들 중에는 군의회 회의에 들어가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로 여기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군의회의 모든 회의는 공적인 것이며, 따라서 법률에도 공개가 원칙이라고 정해져 있으며, 고창군의회에서도 예산심의는 항상 투명하게 공개해 왔다. 국민과 군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런데 의회사무국 직원이 회의시작 전 출입을 막더니, 조규철 의원에게 물어본다고 하더니, 조규철 위원장이 방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군의원의 가장 중요한 직무가 예산 심의다. 이것의 방청을 거부한다고?
회의실에 있는 조규철 위원장에게 “이전까지 방청을 허락했다”고 하자,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투로 말하면서, 의원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밖에서 기다렸더니, “회의의 원활한 진행에 방해된다”면서 방청을 불허했다.
‘지방자치법’ 제65조(회의의 공개 등)는 “지방의회의 회의는 공개한다”라고 규정해 회의의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의원 3명 이상이 발의하고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한 경우 또는 의장이 사회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예외적으로 비공개를 할 경우에 대한 명확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회의를 공개하도록 법률로 규정한 이유는, 행정을 견제하고 주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의회의 활동에 대한 주민의 참여를 보장해, 행정과 의회의 결탁을 막고 의회가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더구나 주민의 생활과 직접 연관되는 예산심의를 다루면서, 주민이 보는데서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회의에 방해된다”고 불허한다니….
“선거 때는 머슴이 되겠다고 허리를 굽히다가 선거만 끝나면 주민들 위에 군림한다”느니, “공익의 대변자가 아니라 사익에만 집착하는 지방의원들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다”는 주민들 앞에, 고창군의회 예결위원회의 이러한 행태는 지방의회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일 뿐이다. 예결위원장이 지방자치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직권을 남용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가 지난 12월4일 오후 5시경 ‘방청 요청’을 공문으로 보냈더니, 다음날 5시경 조규철 예결위원장 명의로 ‘방청을 허가한다’고 알려왔다. 어제와 오늘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조치로 본지는 12월4일과 5일 예산심의를 취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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