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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과의 약속은 무시해도 되는 것?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7년 10월 31일(화) 11:54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고창군농민회는 10월12일 고창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농산물을 판매한 농협을 규탄했다. 고창군농민회는 고창농협에 ‘수입농산물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고, 만약 농협이 약속을 ‘또’ 어기고 수입농산물을 판매할 경우 대대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와 농협중앙회간에,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 판매행위을 근절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진행되는 과정에, 고창군농민회(회장 이대종) 역시 지역농협을 상대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고창군농민회는 고창지역 하나로마트의 수입농산물 판매실태를 조사한 뒤, 지역농협에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이에 따라 매대에서 수입농산물이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그러나 매대에는 전시하지 않지만 다른 방법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정황 및 제보가 잇따랐다. 이에 고창군농민회는 농협중앙회 고창군지부와 협의해 지역농협 조합장들과 9월25일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그날 간담회에서는 하나로마트 수입농산물 판매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오갔다고 한다. 그 결과 “바나나 등 원형을 갖춘 수입농산물 판매 근절”과 “볶음땅콩, 고춧가루, 수입쌀로 만든 떡살 등 수입농산물 1차 가공식품 판매 중단’에 합의했다. 고창농협 유덕근 조합장이 제기한 “학교급식 구매품목에 바나나가 포함되어 있어 애로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학교와 교육청 등을 통해 우리 과일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하지만, 10월 3일 고창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바나나가 버젓이 전시·판매되고 있는 사실이 포착되었다. 판매담당 직원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판매를 중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창농협만이 아니라 선운산농협 웰파크 매장에서도 바나나가 전시·판매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고창군 농민회는 “무엇보다 심각한 인간적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 앞으로 조합장들과 대화할 때는 입술에 침을 발랐는지 안 발랐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며, 모든 말이 기본적으로 거짓이라는 전제 하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고창군농민회는 추석이 지난 10월12일 고창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바나나 판매에 나선 고창농협을 규탄했다. 바나나를 발로 짓밟는 퍼포먼스를 펼쳤으며, 조합장 이름으로 대통령에게 수입 바나나를 보내기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하나로마트 2층 회의실에서 하나로마트 점장과 만나, “앞으로 수입농산물은 팔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매대에서는 팔지 않겠다”(손님이 문의하면 내주겠다)를 두고 실랑이가 있었지만, 농협중앙회 직원의 지시 하에 “앞으로 수입농산물은 팔지 않겠다”로 정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대종 회장은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고, 농민이 있기에 농협이 존재한다는 정체성을 농협은 잃으면 안된다”면서 “농협은 수입농산물이 아니라 우리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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