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3일 고창읍에서는 고창의 미래와 깊이 연관된 2개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하나는 오후 2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고창군 명품 마을만들기 포럼’이고, 다른 하나는 오후 7시 군립도서관에서 열린 ‘영광-고창 고준위 핵폐기장 설명회’였다. 그날 오후 박우정 군수는 군청에서 직무를 본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마을만들기’와 ‘핵폐기장’은 박우정호의 모토인 ‘아름답고 청정한 명품 고창 건설’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할 것이다.
‘고창군 명품 마을만들기 포럼’(군청 농업진흥과 주최, 고창공동체협의회 주관)에서는 ‘마을만들기·마을공동체’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강연과 토론을 가졌고, ‘영광-고창 고준위 핵폐기장 설명회’에서는 오랫동안 이 현안에 깊이 관계해온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의 강연과 토론이 있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마을만들기 법’ 제정이 임박해 있으며, 전북에서도 전북마을만들기협력센터를 중심으로 삼락농정·귀농귀촌·6차산업이 통합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어촌마을에 대한 지원정책이 ‘마을만들기’란 이름하에 묶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을만들기는 민간이 주도하고 지자체는 받쳐주고 중간조직이 지원하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지만, 고창지역은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이미 진안군·완주군·정읍시가 선점한 상태에서, 고창만의 창조적·종합적·체계적인 마을만들기 기획이 요구되지만, 군청 차원의 선제적인 움직임은 없다. 현재 조례나 센터를 만드는 것도 근근히 따라가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는 공무원의 행정행위보다는 군수의 판단행위가 요청되는 사안이다. 그리고 당일 포럼은 군수의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자리였다. 참여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군수님이 오셨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간이 주도하는 조촐한 자리지만, 주민의 미래가 만들어지는 자리에, 군수가 주민과 함께 공부하는 모습은 얼마나 보기 좋았겠는가?
“군수님이 오셨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자리가 그날 또 있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등이 주최한 ‘영광-고창 고준위 핵폐기장 설명회’였다. 한국에서 누구보다 오랫동안 핵발전소에 천착해온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가 ‘고준위 핵폐기물이 무엇인지’ ‘정부가 확정한 고준위 기본계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입법 예고가 끝난 고준위 절차법은 현재 어떤 상황인지’ ‘고창은 어떤 관계가 있고, 그 영향과 피해는 어떻게 될지’ 등을 강의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사안 또한 공무원의 필터를 거르지 않고, 직접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군수가 따로 전문가를 부르기도 번거롭기에, 이번 설명회는 군수가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신뢰를 줄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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