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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독거노인(獨居老人)
토장 기자 / 입력 : 2013년 02월 05일(화) 10:45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중국 전한(前漢) 시대 유학자 동중서(董仲舒)는 공맹(孔孟)의 말씀을 바탕으로 쓴 자신의 저서 춘추번로(春秋繁露)에, 인륜의 실천덕목으로서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논해 놓았다. 오륜의 첫 번째로 부자유친(父子有親)을 언급한 의미는, 태어나면서 제일 먼저 맺어지는 인간관계임과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친해야 할 관계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는 마음대로 선택하거나 바꿀 수 없는 절대적 천륜이다. 천륜을 도외시함으로서 부모와 자식 간에 존경과 사랑이 소홀해지면 가정은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가정이란 소단위 공동체가 삐걱거리게 되면 사회도 문화도 함께 발전할 수 없는 법이니, 집단윤리측면에서 봐도 존중되어야 마땅하나 세상은 그렇지도 않다. 부모를 정성으로 봉양하기는커녕 심하게 학대하며 심지어 버리기까지 하는 천인공노할 행위가 비일비재로 벌어진다.

오래전 음성 ‘꽃동네’에 자원봉사 갔었을 때 들었던 얘기다. 어느 날 정문 앞에 버려진 병든 노인을 모셔다 돌보면서 가족사항을 물었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후 병이 깊어져 운명해야할 순간이 다가오자 비로소, 모 국립대학 교수가 아들이니 연락해 달라고 했다. 어떤 기막힌 사정이 있었는지 몰라도, 명색이 사회 지도층인 그 사람은 한자락 양심도 없이 병든 아버지를 꽃동네에 팽개치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말이다.

서울 도봉동 일대 일정지역은 보증금 100만원으로 집을 구할 수 있을 만치 집값이 저렴해서 독거노인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이곳에 떠밀려 살게 된 사연이사 구구절절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가난해서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전기장판도 보일러도 켜지 않고 옷을 세 겹 네 겹 껴입으며 이불은 2채씩 덮고 잔다. 창문에 스티로폼을 덕지덕지 붙이다 못해 아예 방안에 텐트를 치고 사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철저히 무장(?)을 해도 실내온도는 영상 4도에 불과해서 바깥 날씨와 비슷하다.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올 겨울 강추위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식생활은 노인지원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두 번 보내주는 식량과 밑반찬으로 근근이 해결한다. 안쓰러운 것은 이분들 중 80%가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다. 부양가족이 있어도 혹시나 피해가 갈까 봐 말조차 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남모르게 고통 받고 있는 독거노인이 전국에 대략 4~5십만 정도라고 추정되어 사정은 매우 심각하다. 이분들이 다 살기 곤란할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는다 해도, 대부분 우울증을 앓고 있을 만큼, 고립된 상태에서 오는 정서적 문제는 이미 사회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

혼자 살고 있을지라도 일생의 황혼이 꽤 괜찮다고 위안하며 관조의 미학에 빠지고 싶어도 배부른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일뿐, 동반자가 되어버린 가난과 병마, 삭신을 파고드는 외로움이 앙금으로 남아 가슴 구석구석을 찢고 있어, 그저 한 조각 허허로운 꿈에 불과하다.

민족의 명절 설날을 맞으며 자꾸만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어느 누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시간의 윤회를 거스를 수 있으며, 어떤 위대한 사람이 생노병사(生老病死)를 피해갈 수 있겠는가. 자식이 부모 되고 또 늙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필연이요 숙명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부모봉양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내 자식에 대한 사랑의 백분의 일이라도, 애견(愛犬)에게 쏟는 정성의 천분의 일이라도 부모에게 할애한다면 훨씬 훈훈한 설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토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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