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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둘러싼 사뭇 다른 두 개의 풍경
고창, 책읽는 소리를 찾아(11)
이대건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30일(금) 16:29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책읽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누구든 자신과 세상 사이 관계맺기를 튼실하게 만드는 소리이다.
해피데이고창은 고창책마을과 함께 책과 독서의 공간을 찾아,
책·사람·책읽는공간의 이야기를 지상 중계한다.

어린이들의 지식창고를 채우는 곳간, 작은도서관 |
책과 도서관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대상은 어린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국에 어린이도서관 건립 붐이 일어난 것이 이에 대한 중요한 방증이다. 이는 도서관 천국인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유럽의 유명 도서관에는 어린이실이 잘 자리잡고 있다. 도서관 안의 어린이실로 역사를 만들며 자리매김을 단단히 해온 것이다. 어린이도서관이라는 일종의 ‘유행’은 책과 문화를 수용하는 우리의 독특한 성향에서 기인한다. 일종의 ‘쏠림’. 어린이들에게는 행복한 쏠림이겠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된 토대 위에서 누리는 ‘행복’과는 조금 다르다. 대도시 어린이도서관(대개 작은도서관이다)이 개관 이벤트 뒤에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후관리란, 책과 사람이다. 여기서 책은, 마르지 않고 채워지는 좋은 책 ‘신간’을 말한다. 사람이란, 도서관서비스를 책임지는 사서의 존재다. 좋은 책 신간도, 책임지는 사서도 없는 도서관, 그야말로 무늬만 도서관이다.

지난 8일 목요일이었다. MBC 녹화에 함께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남구 방림2동 작은도서관을 찾았다. 프로그램 이름은, ‘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이다. 그동안 MBC와 국민은행이 함께 지역의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해왔다(우리 고창에도 있다). 그동안 만들어진 작은도서관들을 찾아 현장을 살피기도 하고, 책을 기증하는 일도 중계한다. 도서관에는 근처 학교 어린이들이 잔뜩 찾아와 책을 읽고 있었다. ‘오늘만 특별히 찾아온 손님?’ 물었더니, 손사레를 친다. 학교가 파한 후에는 이 도서관에서 책 읽고 노는 것이 생활이란다. 마침 그날은 한자수업이 있는 날. 방림2동 작은도서관에 이번 녹화에 맞춰, 네이버에서 100권, (사)책교실에서 300여권의 책이 기증되었다. 스무 명 남짓 아이들 얼굴이 그지없이 밝아진다. 녹화 말미,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은퇴 시기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아요. 대부분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요. ‘내가 자랄 때, 내 주변에 책이 많았다면 아마 내 인생도 많이 달랐을 것이다’ 하구요.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그 분들은 몸의 허기 못지않게 마음의 허기, 정서의 허기, 지식의 허기를 겪어야 했지요. 몸의 허기도 서럽지만, 정신의 허기 또한 서러운 일입니다.” 어디든 도서관에 가면 읽고 싶은 책이 있는 마을. 몸과 마음, 정신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광주의 그 작은도서관에는 두 분이 번갈아 가면서 도서관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만드는 대국민 축제 |
하루 걸러 10일 토요일 이번에는 대전, 대전대학교 교정이었다. 하늘은 그지없이 높고, 가을이 이랬을까 싶은 단풍에 눈부신 날이었다. 사단법인 단체와 어르신들이 스스로 만들고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 즐기는 축제가 열렸다. 축제 이름은, ‘반전있는 청춘, 2012 대국민축제’다. 관련 국가 기관이나 지자체의 도움없이 사단법인과 60~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기획하고 준비한 축제였다. 사단법인 관계자는 순수 민간단체에서 치르는 축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물론 ‘돈’이다. 대전대학교 맥센터(복합 체육공간)에 10여개 어르신 모임에서 주제를 정해 ‘새끼꼬기’ ‘금줄달기’ ‘대형 윳놀이’ ‘사물놀이 체험’ ‘꽃바구니 만들기’ ‘투호와 널뛰기’ ‘떡만들기’ ‘엿 치기’ 같은 토속적인 놀이를 즐기는 부스를 꾸몄다. 사물놀이, 풍물놀이, 난타, 민요 공연이 차례로 이어졌다. 공연하는 참가자는 모두 노인세대. 며칠을 머리 맞대고 준비해, 거리낌없이 즐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무언가를 주제로 잡고, 동아리를 만들어 서로 의지가지 살아온 결과물이었다. 축제에 함께한 사람들은 행사를 준비한 어르신들의 가족만이 아니었다. 충분한 홍보는 없었지만,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가족 단위 관람객, 대학 교정으로 단풍구경 왔다가 신명에 끌려 찾아온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였다. 축제 기획에 함께 참여한 고창 책마을에서 서울의 몇 군데 출판사에 부탁해 어르신들과 축제 참가자들에게 선물할 책 400여 권을 기증했다. ‘내년부터는 작지만 예산을 마련해서 그냥 손 벌리지는 않을 거예요.’ 축제 관계자가 감사 인사 끝에 붙인 말이다. 올해 처음 열린 어르신들의 축제가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이어지기를 빈다. 축제 이름이 ‘대국민축제’ 아니던가. 우리 모두를 향해 보인 그분들의 몸짓이 우리 고장, 고창에도 번지면 좋겠다.


 

 

이대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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