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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횡포” 대 “박현규의 과욕”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30일(금) 15:56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박현규 의원은 “민주당의 횡포” 때문에 등원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지난 11월 19일 고창군의회 본회의장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이번호 3쪽에 ‘5분 발언’ 내용을 전제했다). 의회의 파행은 일차적으로 박현규·조규철·임정호·윤영식 의원(이하 박현규 등)이 의회에 등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런데 박현규 의원은 그 책임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부터 이 발언의 사실 여부를 추적해 보자. 진실은 단순할 수도 복잡할 수도 있다.

박현규 의원의 민주당 공격
박현규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횡포로 군의회가 내홍과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박 의원은 ▲“고창군의회가 민주당 고창·부안지구당의 하위기관이 되었다”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권력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민주당 일색의 일당 독재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고사시키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원 구성까지 민주당에서 깊이 개입하는 한심한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원 구성에서 보여주었던 민주당의 거대한 힘은 우리지역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절대 보호하려할 것”이라며, 현 김춘진 국회의원을 직접 언급하며 공격했다.
박현규 의원은 군민들에게 ‘거대한 민주당’과 ‘힘없는 무소속’을 어필하고 있다.

군의회 안에서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간의 파워게임, 김춘진 국회의원과 이강수 고창군수의 파워게임 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군민들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 파워게임이 ‘고창군의회 하반기 원 구성’에서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이러한 파워게임은 (시비를 떠나) 모든 정치집단에서 비슷한 형태로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박현규 의원의 주장이 진실에 근접한다 하더라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파워게임에서 졌기 때문에, 등원을 거부해 의회를 파행시키는 것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정리하면, 자리싸움에서 졌다고 의회에 등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물론 박현규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진실에 근접하는 지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반기 군의회에서 약속했던 사항
박현규 의원은 5분 발언에서 “후반기 의장 선출 및 위원장 선출과정에서, 전반기에 약속했던 사항까지 뒤집어지는 사태에 이른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반기에 약속했던 사항’은 무엇인가? 군의원은 10명이다. 군의회 상임자리는 의장·부의장과 상임위원장 3명해서 총 5명이다. 전반기 5명·후반기 5명이니까 10명이 잘 나눠서 하면 된다. 물론 그렇게 약속해도, 그 약속 안에서 자리싸움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고창군의회의 약속은 조금 달랐다. 전반기 의회에서는 의장 이만우, 부의장 박래환, 운영위원장 오덕상, 자치위원장 고(故) 김종호, 산업위원장 임정호 의원이 당선됐다. 후반기에는 고(故) 김종호 의원이 의장을 맡고, 전반기에 선출되지 않은 의원들이 후반기 나머지 자리를 맡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후반기 남은 자리가 4자리이고, 남은 의원들은 박현규·이상호·조금자·윤영식·조규철 5명이기 때문에 1명은 양보해야 했다. 복수의 의원들은 “박현규 의원이 5대 후반기 의장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자리를 양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전반기 때 의원의 신상과 관련돼 두가지 큰 일이 발생했다. 하나는 김종호 의원이 작년 3월 12일 타계하였다. 또 하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박현규 의원이 성희롱했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고창군의회는 2010년 10월 15일 박현규 의원에게 ‘출석정지 30일’의 중징계를 내렸다.

고(故) 김종호 의원이 타계하자, 공석이 된 전반기 자치위원장에는 윤영식 의원이 선출됐다. 또한 후반기 의장 자리도 공석이 돼 버렸다.

민주당 의원들이 직책을 맡을 수밖에 없는 이유
후반기 의장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에, 약속게임이 파워게임으로 양상이 바꿔졌다. 그러나 전반기 때 선출되지 않은 의원이 후반기 때 자리를 맡는다는 암묵적인 동의는 유지됐다. 그것은 약속 이전에라도 의원들 간의 배분이고 배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당, 무소속과는 상관없는 문제이다.

남은 의원은 이상호·조병익·조금자·조규철 의원이었다. 결과적으론 박현규 의원의 편가르기처럼 “모두” 민주당 의원이 되겠지만, 이 4명의 의원이 후반기 직책을 맡야야 되는 이유는,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이고 다수로써 횡포를 부렸기 때문이 아니라, 전반기 때 직책을 맡지 않았기 때문에, 즉 직책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박현규 의원이 잘못된 사실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론 “모두” 민주당 의원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이 ‘사실’에 변함은 없다. 그러나 박현규 의원이 발언한대로 ‘민주당 의원들의 횡포’가 맞는지는, 결과적 ‘사실’ 이면의 보다 진솔한 ‘진실’에 근접해 있는지는 독자들 판단에 맡긴다.

중요한 것은 부의장·상임위원장 자리가 아니었다. 박현규 의원이 5분 발언에서 요구한 대로 “전반기 약속사항을 준수”하게 되더라도, 부의장·상임위원장 자리는 “모두” 민주당 의원이 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속대로라면 무소속인 임정호·윤영식 의원은 후반기 직책을 맡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임정호·윤영식 의원은 전반기 직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의장 자리였다. 그것은 박현규 의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의장 자리를 놓고 박래환과 박현규가 파워게임을 한 것이지,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전체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무소속이 파워게임을 벌인 것이 아니다. “전반기 약속사항”을 이행한다면, 박래환이 돼도 박현규가 돼도, 부의장·상임위원장 자리는 “모두 민주당 의원”이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반복하지만, 그 이유는 그 의원들이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반기 때 직책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의장단·상임위원장 선거
이제 의장 선거를 들여다보자. 여러 변수가 있을 것이다. 의원들의 선택지에서도 박래환 의원이 좋냐 싫냐, 박현규 의원이 좋냐 싫냐 등의 기호도 있었을 테고, 박현규 의원이 돼야한다느니, 박래환 의원이 돼야한다느니 등의 신념도 있었을 것이다. 

박현규 의원의 발언대로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한 의원들 간의 갈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확장해서 상호간에 그 어떤 거래가 있었다 가정하더라고, 결국에는 두가지 선택지점에서 승패가 갈라졌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하나는 민주당과 무소속이라는 선택지다. 민주당 의원은 같은 소속인 박래환 의원을 찍을테고, 무소속 의원은 무소속인 박현규 의원을 찍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현규 의원은 “민주당의 횡포”라고 주장하지만, 공석이 된 의장자리를 놓고 박래환과 박현규 의원이 경쟁했고, 약속게임이 파워게임이 된 마당에, 민주당 의원들이 같은 소속인 박래환을 찍지 않고, 박현규를 찍어야만 하는 중대한 이유가 있는가? 무소속 의원들 모두가 박현규 의원을 찍은 것처럼, 같은 소속을 찍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박현규 의원이 5대 후반기 의장 시절, 군청 계약직 직원을 성희롱했기 때문에(국가인권위원회 결정), 다시 군민 대표인 의장으로 뽑을 수 있느냐 하는 판단이다. 괜찮다는 의원과 안된다는 의원이 있었을 것이다. 

복수의 의원들은 “박현규 의원의 과욕”이라고 표현했다. 성희롱으로 6대 전반기에 중징계를 받아놓고 후반기에 의장이 되려는 것은 욕심이 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원들 자신도 전반기 때 중징계를 해놓고, 그 손으로 후반기 때 어떻게 의장을 뽑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켜야 될 선을 넘는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정호·윤영식·조규철 의원은 박현규 의원을 찍었다. 박현규 의원 또한 자신을 찍었다. 조규철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박현규 의원을 찍었다. 성희롱하고 중징계를 받아도 군민의 대표인 의장으로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의장 선거는 정정당당한 파워게임이었다. 즉 정당한 선거에서 박현규 의원은 졌고, 박래환 의원은 이겼다. 승복하고,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은 전반기 때 직책을 양보한 의원들이 차지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박현규 의원이 상임위원장 선거와 관련해 민주당 대 무소속이라는 기준을 들고 나왔다. 박현규 의원 등은 팀이 되어, 윤영식 의원의 운영위원장 자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반기 때 직책을 양보한 의원들은 이 안을 받을 수 없었다. 민주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전반기에도 직책을 양보하고 후반기에도 양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반기 약속사항인 동시에, 의원들 개인의 경력과도 결부되는 것이다. 이상호·조금자 의원의 경우 전반기 때 자리를 양보했으므로, (박현규 의원의 주장을 인용해도) 후반기 때 선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 소속인 조규철 의원이다. 그런데 조규철 의원은 박현규 의원을 의장으로 찍은 동시에, 윤영식 의원을 운영위원장으로 선택했다. 윤영식 의원이 운영위원장이 되면, 전반기 때 양보한 이상호·조금자·조규철 의원 중 하나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조규철 의원 자신이 전반기 약속사항을 파기하는 안에 동조했으므로, 즉 자기 스스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므로, 조규철 의원이 위원장이 되지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이 된다. 한편, 결과적으로 조규철 의원이 상임위원장이 되도, 박현규 의원의 눈으로 본다면 “민주당 일색”인 것은 마찬가지다.

즉 박현규 의원은 “민주당의 횡포”라고 주장하지만, ‘약속에 따라’ 전반기 때 직책을 양보한 의원들에게 후반기 때도 양보하라고 하면, 누가 그 안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동안 의회에 등원했던 의원들의 주장이다. 

조규철 의원의 일관성 없는 행보  
박현규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그동안 등원하지 않았던 이유를 “민주당의 횡포”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본 의원을 비롯한 몇 명 의원들”과 “뜻을 함께한 의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의원들은 무소속 박현규·임정호·윤영식 의원과 민주당 조규철 의원을 일컫는다.

민주당 조규철 의원은 의장 선거에서 박현규 의원을 찍었고, 이후 무소속 의원들이 등원을 거부할 때도 함께 등원을 거부했으며,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조규철 의원 또한 박현규 의원의 5분 발언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기초자치단체의 정당 무용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조규철 의원은 민주당 당적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한 민주당원(고창읍)은 “조규철 의원 또한 등원하지 않은 이유가 민주당의 횡포 때문이라면, 깨끗하고 일관성있게 민주당을 탈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행감위원장과 예결위원장
박현규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예결위원장 그리고 행정사무감사 위원장까지 민주당 일색 독식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2일(금) 예결위원회 위원장 오덕상·간사 이상호 의원, 행감위원회 위원장 조병익·간사 조금자 의원이 선출됐다. 선출됐다고는 하지만, 두 특별위원회는 관례상 이전 간사가 위원장으로 내정되는 방식이다. 개인 신상이나 자격에 문제가 없다면, 이 관례가 깨진 예는 없다.

문제가 있다면 간사 선출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11월 2일(금) 오전 예결위원회에서 위원장이 예정대로 선출되자, 간사를 뽑지 않고 박현규·조규철·임정호·윤영식 의원은 퇴장했다. 따라서 박현규 의원 등이 없었기 때문에 그 중에서 간사를 뽑을 수가 없었다. 본지가 “출석하지 않은 의원 중에서 뽑을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군의회 담당자는 “출석하지 않는 의원을 규칙상 뽑을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행감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박현규 의원 등이 행사가 있다고 해서, 오후 2시에 예정됐던 행감위원회를 30분 늦추었지만, 박현규 의원 등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따라서 박현규 의원 등이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중에서 간사를 뽑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박현규 의원은 ‘박현규 의원 등이 출석하지 않아 선출되지 않은 것’을 “민주당 일색 독식으로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5분 발언은 어떻게 이뤄졌나?
5분 발언이 있기 며칠 전, 박현규 의원은 박래환 의장에게 5분 발언을 요청했다. 발언요지는 ▲“하반기 원 구성 이후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군민들에 대한 사과” ▲“후반기 고창군의회 정상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이었다.

박래환 의장은 5분 발언을 허용하면서 “다수당의 횡포” 등 의회 화합에 저해되는 발언은 삼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박현규 의원의 5분 발언에서 그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박현규 의원은 5분 발언에서 “군민이 선거를 통해서 우리에게 위임한 권한을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는 아니오! 라고 말할 의원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절실하다고 여겼기에 이제 등원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5분 발언 뒤 바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박현규 의원은 ‘천일염 산지종합처리장 준공식’에 참석차 불참했고, 조규철·임정호·윤영식 의원은 서울에서 열린 ‘지방분권 촉진 전국 광역·기초의회 의원 결의대회’에 참석한다며 불참했다. 자치위원회는 오후에 박현규 의원이 참석해 개회됐지만, 산업위원회는 정족수 미달로 결국 열리지 못했다.  

박래환 의장은 “민주주의란 정당한 표결로 결정되는 만큼 결과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번복할 수 없는 사안”이며 “박현규 의원 등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정상적인 의정활동에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정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의원
박현규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아니오 라고 말할 의원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고 여겼기에” 이제 등원한다고 밝혔다. “아니오 라고 당당하게 말하겠다”는 것이다.

여하튼, 그동안 등원하지 않았던 박현규·조규철·임정호·윤영식 의원은 군행정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겠다고, 박현규 의원을 통해 등원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렇게 “행정의 감시와 견제 의무”를 다하겠다고 한다면, 군민은 응원할 것이고 본지는 기록할 것이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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