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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암(隱巖) 김기성과 그의 아들 고당(顧堂) 김재중의 효
이병열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30일(금) 14:51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몇 달 전 MBC ‘TV 특종! 놀라운 세상’의 담당 작가에서 연락이 와서 고창의 어느 분을 촬영하겠다고 그 분을 소개해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그런 내용보다는 지금 이 시대에 효를 지극정성으로 실천하고 계시는 훈훈한 이야기가 있으니 그 분을 촬영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바로 연락이 와서 그 분을 촬영할 수 있었다(2012년 9월 19일 방영). 그 분은 고창군 상하면 장산리 장암에 사시는 고당 김재중 옹이다.

장암마을은 장군산 아래에 있는 마을로, 풍수상 장군대좌형이어서 장군촌으로도 불리기 한다. 마을은 면소재지에서 구시포 방향으로 가다가 우측의 장산리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나온다. 마을 북쪽의 배산은 장군산이 위치해 있으며, 약간 좌측으로 봉백산이 이어져 있고, 우측으로는 고산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은 약 300여년 전 밀양손씨가 입거한 후 남평문씨가 입향하여 살았으며, 150여년 전부터는 청도김씨와 광산김씨가 입거하여 살고 있다. 이 장암마을에 광산김씨 은암공의 정자가 있다. 장암 마을의 은암정은 광산김씨 은암 김기성(金箕成)의 정자이다. 공은 교리 김석원(金錫元)의 후손으로 5세에 부친을 여의고 편모를 받들어 효도가 지극했다. 공은 어머니가 병환에 들자 단지하여 1년 정도의 수명을 두 차례나 늘리고, 모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구해 드렸다고 한다. 공의 어머니는 공에게 때 아닌 산채며, 날아다니는 꿩, 반포하는 까마귀가 부엌에 날아드는 이적이 있었다고 전한다.

은암공은 성재(醒齋) 김수익(金秀益)과 수남(秀南) 고석진(高石鎭)에게 학문을 배웠다. 공은 경학(經學)에 깊었고, 후진을 가르치며 임천(林泉)에 숨어 의(義)를 행하니 고을에서 칭송이 자자하였다. 공이 타계하자 공의 둘째 아들 고당 김재중이 성묫길의 조용한 곳에 1965년 정자를 세워 은암정이라 했다. 고을의 선비들이 은암의 효도를 사모하여 경효계(景孝契)를 조직하여 영정을 받들고 비석을 세워 추모하고 있다.

망운재(望雲齋)도 고당 김재중(金在重) 옹이 1987년에 건립하였다. 고당은 춘부장인 은암공이 돌아가시자 장지를 정하지 못해 장암의 앞산에 모셨다. 장암에 아버지를 모신 고당은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두 차례씩 부모의 묘지를 찾았다. 그러다가 1970년대 은암공을 법성 은선봉에 이장하게 되어 거리가 멀어지자 매일 조석으로 갈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법성이 잘 보이는 가까운 능선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아버지에게 망배하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잘 보이지 않자 아버지의 묘가 가장 잘 보이는 현재 자리에 망운재를 지었다.

고당은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고창이나 상하를 나갈 때면 반드시 오른쪽에 타고, 들어올 때는 반드시 왼쪽에 탄다. 그 이유는 부모님의 선산이 있는 방향에 타서 조금이나마 가깝게 부모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기 위함이다. 또한 고당은 방문을 나서건 들어가건 늘 부모님께 고개를 숙이기 위해 은암공의 영정을 방문 앞에 걸어두었다. 또한 고당은 다리가 아무리 불편해도 아버지 영정이 있는 방안에서는 절대로 자리를 꼬거나 걸치는 자세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은암공이 평생 어머니 앞에서 또는 자녀들에게 조상이야기를 하실 때 절대로 다리를 꼬고 말씀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고당도 아버지를 따라 그렇게 바른 자세를 취하신다. 고당은 자다가도 다리가 꼬이면 깜짝 놀라 얼른 바른 자세를 취한다고 한다.

1923년 8월 22일(음) 생이신 고당은 지금도 아침과 저녁으로 은암정과 망운재를 찾아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린다. 어르신은 지금도 어머니 산소에 월 2회 이상 년 30번, 아버지 산소에는 년 18번 정도 찾아뵙고 성묘를 드린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그렇게 효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은암공과 고당은 점점 효에 대한 가치를 잃어가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몸과 마음으로 보여주고 계시는 살아 있는 우리의 정신문화이다. 고당은 부모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정을 망운재원운이라는 시로 남겼다.


망운재원운(望雲齋原韻)

선군을 葬한 지 지금에 몇 해나 되었는고
조석으로 사모하는 마음 한결같이 기울였지만
감히 백 리 쌀을 지고 자로의 효에야 들손가
겨우 오랑캐의 망운한 정에나 비하려나
우뚝 솟은 은선봉 망운재 처마 밖에 섰고
왕양한 법성포는 눈앞에 선한데도
길이 멀어 아버님과 같이 조석전묘를 못하여 황공하기 한이 없나니
여기 망운재에서 조석단배 할 때마다 눈물이 앞서나이다

이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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