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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같고 연도만 다른 해외연수 보고서”
작년부터 38회 해외연수 분석 결과<br>단순 관광, 부실 보고서 다수 확인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01일(목) 11:14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 '해피캠퍼스' 에 올려진 2007년에 한 네티즌에 의해 작성된 보고서(왼쪽), 올해 해외 선진 노조 견학 후 작성된 보고서(오른쪽)내용은 한자도 다르지 않고 전부 동일하다.
고창군청에서 실시한 공무원 해외연수 중 상당수가 단순 관광 일정으로 짜여져 있거나 관련규정에서 지양하고 있는 단순 시찰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연수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해외에 가면 뭐라도 하나 보고 배우는게 있다”며 옹호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연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일반 여행사 패키지 상품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의 날을 세운다.

본지가 2011년 1월~2012년 8월 고창군청 해외연수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군행정은 이 기간 동안 총 160명의 공무원에게 4억1023만원(군비 3억9748만원)의 세금을 지원했다. 이들은 연수·포상·선진지 답사 등의 명목으로, 지금까지 38회에 걸쳐 일본과 중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모로코 등지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본지는 38회 중 ▲보건진료원 연수 ▲산악자전거 관련연수(2회) ▲선진 노조 견학(2회)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선진지 견학(2회) 등에 대해 보다 상세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예산 세부집행내역과 근거자료도 요구했지만, 해외연수의 경우 적정금액이 지원되기 때문에 이 자료는 작성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해외연수에 대한 판단근거는 ‘해외연수 보고서’ 밖에 없다. 이 보고서를 통해 그 해외연수가 적절한지 유추할 수밖에 없다.

노조 선진지 견학~보고서 복제
   

고창군공무원노조는 매년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고 있다(전북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고창·정읍·진안·임실 공무원들이 포함된다). 작년에는 당시 류영록 위원장 외 4명이 군비 1200만원을 들여 그리스·터키를 10일동안 다녀왔고, 올해는 당시 류영록 위원장 외 4명이 군비 1280만원을 들여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를 10일동안 다녀왔다.

노조의 선진지 견학에 군비를 쓰는 것도 이상한 모양새지만, 올해 선진지 견학 후 작성된 보고서는 2007년 아무개가 작성한 보고서를 ‘연도’와 ‘서체’, ‘명의’만 바꿔 그대로 제출했다.

2007년에 작성된 보고서는, ‘해피캠퍼스’(happycampus.com)라는 보고서 거래용 상업사이트에 ‘선진노사문화 비교견학 귀국보고서’란 이름으로 올려져 있었다. 이 2007년 보고서는 ‘서문·포르투갈·네덜란드·스페인·소감’ 순으로 되어있다. 공무원노조 보고서는, 이 보고서에서 ‘네덜란드’ 부분을 빼고, 명조체를 고딕체로 바꾼 뒤 명의를 넣고, 서문과 소감까지 그대로 올린 것이다. 말 그대로 한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배껴 제출한 것이다.

10월 16일(화) 군행정 담당자에게 해당사실을 알리자, 해당 보고서는 일단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이와 관련 고창공무원노조 김용진 위원장은 “해당 보고서는 임실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고창군공무원노조에서 해외연수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작성된 보고서는 10월 26(금)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하지만 다시 작성된 보고서 또한 ‘포르투갈 노동자총연맹’을 만난 부분과 ‘마드리드 시청’을 본 것 외에는 상기 2007년 보고서를 (글자를 조금 바꿔) 그대로 배꼈으며, 10일 동안 있었던 다른 연수 내용은 보고서에 기록돼 있지 않았다.

노조의 선진지 견학의 목적은 “▲외국의 선진 노사문화 체험을 통한 노사문화 구축 ▲단위노조와 자치단체간 노사화합과 건전노조 사기배양”이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10일간의 해외연수 동안 외국노조와 만난 것은 각각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올해 ‘여행계획서’에는 ‘스페인 노동자총연맹’도 방문할 거라고 했지만, 보고서에는 기록돼 있지 않았다.    

올해는 ‘여행계획서’와 ‘보고서’ 모두 여행일정이 기록돼 있지 않았다. 군비 1280만원을 지원했지만 어디로 여행하고 왔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 보고서에 있는 여행일정을 기록해 둔다.

독자 여러분은 이 일정이 ‘선진 노조 견학’인지, 그 적절성을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 

<7월 1일> 그리스 아테네 도착
<7월 2일> 지중해 유람선 일주, 아테네 시내 답사
<7월 3일> 고린도 유적지, 파르테논 신전, 디오니소스 야외극장 등 답사
<7월 4일> 터키 도착. 에페스 가죽재래시장, 하드리아누스 신전, 사도요한교회 등 답사
<7월 5일> 파묵깔레 관광. 면화재래시장, 히에라폴리스, 노천온천 등 방문
<7월 6일> 카파도키아도시 관광. 소금호수 관광. 앙카라 도착
<7월 7일> 앙카라에서 이스탄불로 이동  
<7월 8일> 터키 노동자개혁연합 방문. 이스탄불 관광
<7월 9일>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
<7월 10일> 인천공항 도착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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