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들과 한나절쯤 얼크러지고 싶다던
바람 한 쌍이 인터넷바다에서 건져 올릴 때
굽이굽이 계곡물에 물레방아는 잘도 돌아가고
남태평양 열대어처럼 눈길을 끌어당기는
화려한 스펙트럼의 *들꽃세상이었지

잡초네가 울안에 야금야금 들어와
부르는 노래, 목청이 커지기 시작한 후로
그르렁그르렁 속이 끓어오르는 들풀
질긴 장마와 초가을 비에 녹초 되고 빛바랬나
헐은 가슴마다 이름표 붙었어도 누군지 알 수 없고
도회로 떠나지 못하는 시골 땅은
자책하는 부모처럼 돌앉아 찔끔거려도
누구,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없다

발길마다 돌아선 적막강산에
자연으로 돌아가겠다고 누워버린 허수아재의
심장을 콕! 콕! 찍어대는 호미소리
뒷산 소나무 무릎에서 꼬물꼬물 놀고 있는
빨아 넌 헌옷 같은 가을빛살, 눈이 아리다.

*들꽃세상 : ‘들꽃 세상’이라는 농촌체험 학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