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원들의 맨 얼굴이 드러나고 있다. 군민을 대의해 공익을 실현하는 기관인지, 자기 욕심대로 사익을 실현하는 기관인지, 의심되는 정황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의 군민들은 “군의회가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고 있는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월)~16일(화) 열린 제205회 고창군의회 임시회에서는, 21개 사업에 대한 현장방문과 26건의 의안이 상정돼 있었다. 이번 현장방문은 “의원 3명만이 하는 것이냐”는 소문이 돌고, 이전 현장방문보다 의원 참석률이 현저히 저조했지만,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참석하기는 했다. 본 기자가 취재한 현장방문에도 어떤 경우는 7명이 참석하고, 어떤 경우는 3명만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상정된 의안 26건 중 1건만이 심의·의결됐다는 것이다. 나머지 25건은 심의조차 되지 못했다. 의원들의 직무라는 것이 결국 예산·결산·조례 등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의원들이 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군민들은 “그런 식으로 의원을 하려면, 월급을 받지 말든지, 출석에 비례해 월급을 주든지, 아니면 의원들 소환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냐”며 역정을 냈다.
의안 25건은 왜 심의되지 못했는가?
의안 26건 중 1건은 운영위원회 소관, 20건은 자치행정위원회 소관, 5건은 산업건설위원회 소관이었다. 그중 운영위원회 소관 1건만 심의·의결된 것이다. 의안은 반드시 상임위원회를 거친 후 본회의에서 심의·의결된다.
현재 군민들은 군의회가 지난 의장선거에서 박래환 의원을 찍은 의원들과 박현규 의원을 찍은 의원들로 편이 나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일(월) ‘박현규 의원을 의장으로 찍은 의원들’(박현규·조규철·윤영식·임정호, 이하 박현규측 의원들)이 다시 본회의에 참석하면서, 의원들이 사리사욕을 억누르고 자리다툼을 끝내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다음날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산업건설위원회는 조규철·임정호 의원이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고, 자치행정위원회는 박현규·윤영식 의원의 불참에도 정족수가 충족됐지만, 두 의원없이 안건을 심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의안을 다음 회기로 넘겼다. (바로잡습니다 : 박현규 의원이 이만우 의원도 자치행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에 대해 이상호 위원장, 조병익·이만우 의원은 박현규·윤영식 의원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상임위원회를 진행시키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만우 의원은 대기하고 있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래서 이상호 위원장은 "정족수는 충족됐지만"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운영위원회는 박현규·운영식 의원의 불참에도 성원을 이뤄 ‘고창군 회기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안의 내용은 본지 210호(10월 8일자) 참조>
이번에 상정된 의안들이 대부분 문구를 일부 형식적으로 고치는 정도의 내용이긴 했지만, 중요한 조례안들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자치행정위 소관으로는 ▲‘정신건강증진센터 설치·운영 조례안’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안’을 새로 제정하고, ▲‘동리국악당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금고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여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실질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산업건설위 소관으로는 ▲‘자동차운송사업자 차고지 설치의무 면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은 민생법안이지만 지난 회기부터 방치돼 있고,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사업 운영관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도 상정돼 있었다.
이 사태의 원인은 지난 7월초 의장단 선거로 거슬로 올라간다. 의장 선거에서 박현규측 의원들이 패하면서, 박래환 의장을 찍은 의원들에게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 정도를 요구한 모양이다. 그런데 운영위원장 투표 결과 오덕상 의원이 당선되자, 박현규·윤영식·임정호 의원이 다음 위원장 투표를 하지 않고 퇴장하는 등 일련의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박현규측은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 7월초에 일어난 의원들간의 힘겨루기가 204회 정례회를 거쳐 이번 회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를 안 줬으니까, 상임위원회는 불참할 수밖에 없다는 모양새다.
어쨌든 박현규측 의원들은 현재 상임위원회에 불참하면서 군의회를 파행시키고 있었다. 박현규측을 대변하는 군민들은 “소위 의장의 지도력과 포용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며 공격하고 있다. 박래환측을 지지하는 군민들은 “판을 깨자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지도력과 포용력이 무슨 소용이냐”고 되묻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군민들은 “박현규측 의원들이 상임위원회에 불참하면서 의회를 파행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박현규측 의원들의 행위가 군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의회를 파행시키는 이유와 파행시키는 목적을 공개적으로 명확히 밝히고, 군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의회를 파행시킨다면, 그런 의원들은 의원직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고, 다음 선거에서는 일하지 않는 의원에게 투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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