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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 은폐했는가?
광핵발전소 비상발전기 정지사고 및 은폐 사태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2년 04월 23일(월)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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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준)과 고창군 농민회,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 등은 4월 19일(목) 영광군청 앞에 모여, 비상발전기 가동 정기사고 및 은폐 사태와 관련,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한수원 김종신 사장이 지난 4월 16일(월) 사퇴를 표명했다. 고리핵발전소 정전·은폐 사건 이후 정부는 발전소장만 문책했을 뿐, 김 사장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았다. 김 사장은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으며,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도 “김 사장에 대한 문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밝혀왔다. 이런 상황이었지만, 영광핵발전소 비상발전기도 고장나 있었다는 사실이 지역언론에 보도되면서 결국 김 사장도 퇴진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발전기 사고는 어떻게 은폐되었는가?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결국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비상발전기가 핵발전소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한국에서도 비상발전기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런데 고리핵발전소의 경우, 지난 2월 정전이 발생하자(작업자가 실수로 외부전원을 모두 끊어 버렸다), 마지막 남은 비상발전기가 고장으로 가동되지 않아(1대는 점검을 위해 수리중이었다), 핵발전소가 블랙아웃(완전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원자로 냉각수가 36.9℃에서 58.3℃로 21℃나 상승해버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됐다면,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보고받은 고리핵발전소 제1발전소장은 주요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고를 은폐하기로 결정해 버렸다.

이 비상발전기 사고 및 은폐가 계기가 되어, 정부는 모든 핵발전소의 비상발전기를 특별점검하게 되었으며, 지난 3월 28일(수) 영광핵발전소 2호기 비상발전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냉각수 압력에 따라 작동되는 스위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비상발전기의 가동이 중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수원 측에 따르면, 이 결함을 수정해 비상발전기를 정상적으로 가동시키는데 6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발전소 매뉴얼에는 2대 중 1대가 가동하지 않는 경우 72시간 내에 복구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이 사실은 4월 13일(금) 영광지역 주간신문인 영광신문에 의해 보도되면서 세상에 밝혀졌다. 16일 동안 은폐된 것이다.

그런데 이 특별점검 자리에 정기호 영광군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기호 영광군수는 ‘영광원자력발전소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런데 4월 13일(금) 영광신문이 보도하기 이전, 영광군청은 4월 3일(화)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비상발전기 가동 중지사고’를 언급하지 않았다. 영광군수는 최근 “전구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지역민에게 곧바로 알려야 한다”고 핵발전소에 요구했지만, 막상 고장이 일어나자 군수 자신이 지역민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한수원과 지식경제부 또한 4월 8일(일)과 13일(금) “비상발전기를 점검한 결과 정상적으로 가동했다”며 영광핵발전소 사고를 밝히지 않았다. 영광원자력본부는 영광군청과 정부, 한수원 상부에는 이 사실을 알렸지만, 민간환경안전감시센터에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영광군수 또한 감시센터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공식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감시센터는 어렴풋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잘못 알고 있었고, 따라서 이 사실을 자세하게 파악하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감시센터는 당시 비상발전기 특별점검 자리를 불참하기도 했다. 작은 ‘무감각’들이 모여 결국 ‘은폐’를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작은 ‘은폐’들이 모여 큰 ‘사고’를 만들어낼 지도 모를 일이다.

원자력 당국은 영광신문이 13일(금) 보도하자 15일(일) 뒤늦게 해명을 내놓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과 직접 관련 없는 고장이라고 판단해, 4월 20일(금) 점검결과 종합발표 때 설명할 예정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리핵발전소 사고처럼) 핵심 안전장치인 비상발전기가 문제를 있으켰는데도, 즉각 국민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핵발전소의 허점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며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이런 상황에선 더욱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발전소가 차례로 안전점검에 들어갔다가 ‘핵발전소 반대 여론’ 때문에 재가동을 하지 못해 현재 1기만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유일한 가동 핵발전소마저 다음달 5일 점검에 들어가면 일본은 ‘제로 핵발전소’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반핵단체 집단행동 잇따라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측은 지난 4월 16일(월) 오전 영광군수를 항의 방문해 이번 사태에 해명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공개 검증, 영광군수의 감시기구 위원장 사퇴 및 공개사과 등을 요구했다.

지난 4월 19일(목) 오전 ‘영광핵발전소 비상발전기 가동 중시사태’와 관련해,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준)’, 고창군 농민회,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과 반핵 단체들은 영광군청에서 연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 단체들은 ‘영광핵발전소 2호기 비상디젤발전기 기동실패에 따른 입장’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를 통해 “비상발전기는 최악의 상황에 전원이 상실됐을 시 발전소 원전에 전원을 공급하는 중요한 장치다”라며 “영광군수는 지난 3월 28일 영광핵발전소를 방문해 기동실패를 확인하고도 발표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군수면담에서 기동실패를 알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고, 심각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해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이었다”며 “그러나 민간감시기구 위원장으로서 감시센터나 운영위원회에 알려 검토하도록 했다면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영광군수는 위원장으로 있는 감시센터보다 한수원을 더 신뢰한다는 것인가?”라며 “후쿠시마 핵사고와 고리핵발전소 사고를 보고도 이럴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리고 “정부와 한수원은 이제까지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해왔다”며, 하지만 “영광핵발전소는 3~6호기의 비상냉각계통의 배관에 설치되어 있는 열전달 완충판이 다 떨어져 있는 상태로 운전하고 있으며, 5호기의 경우 열전달 완충판 이탈로 인해 핵반응로의 밑바닥이 손상이 된 상태”라고 밝혔다. 덧붙여 “수차례에 걸친 방사능물질 방출, 드라이버에 의한 냉각재 펌프 고장, 핵연료봉 파손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이번 비상발전기 사고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있었던 사고들에 대해 고강도의 조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단체들은 ‘▶한수원은 비상발전기 가동 정지사고에 대한 원인과 과정에 대해 즉각 공개하고 책임자를 징계하라 ▶영광군수는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지역주민에게 공개 사과하라 ▶시민사회단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영광원전 안전점검단 구성과 공개검증을 실시하라 ▶영광군은 실질적인 핵사고 발생 시 대피계획을 마련하고 군민에게 적극 홍보하라’고 요구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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