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모 빌라 신축 공사장에서 지난 8일 새참으로 컵라면을 먹은 인부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병원신세를 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경찰은 공업용 부동액인 방동제가 섞인 물을 이용해 인부들이 컵라면을 끓여먹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고창경찰 브리핑을 통해 “빌라 신축현장에서 일하던 인부10명이 오전 9시경 새참으로 컵라면을 먹었는데, 새참을 먹은지 30여분이 지나고, 다시 작업을 하던 도중 갑자기 인부 한명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119에 의해 바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응급실 도착 30여 분만에 사망했다. 또 컵라면을 같이 먹었던 인부 9명도 구토 등 이상증상들을 보여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컵라면을 절반가까이 먹은 인부 2명은 증상이 심했지만, 고비를 넘겨 생명엔 지장이 없고, 나머지 인부는 평소 라면을 좋아하지 않거나, 맛이 짜고 이상해 먹다가 버려 건강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보니, 휴식하며 컵라면을 먹었던 4층 현장에는 커다란 프라스틱 물통(120리터)에 2층으로부터 올려 진 물이 담겨 있었다. 인부들의 말에 따르면 겨울철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작업에 쓰일 물을 미리 전날 받아놓고 혹한에 물이 얼지 않도록 20리터 가량의 공업용 부동액인 방동제를 희석시켜 놓는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는 컵라면 물을 끌인 인부가 방동제가 섞인 물인지 모르고 그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부어 먹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당시 컵라면물을 끓였던 인부는 아래층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 위쪽에서 수돗물을 받아 컵라면 물을 끓였다고 주장하고 있어, 현장에서 수거한 컵라면과 기타 유류물을 국과수에 보내 성분을 분석하고,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의 원인과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을 점검했던 전북경찰의 감식반은 “공업용 부동액인 방동제는 사람이 그냥 먹으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설사 등을 일으켜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열을 가해 끓여먹으면 흡수되어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고 발생한 현장의 소장은 경찰조사에서 “환자 상태가 위급한데도 응급실에서는 바로 위세척을 하지 않고, 호흡기만 꽂아놓고 있었다. 이후 30여분만에 인부가 사망했다”고 진술해, 당시 병원측의 과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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