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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면 금평리 침수, 무엇이 문제인가
안상현 기자 / 입력 : 2011년 08월 22일(월) 14:55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신배수관문 앞에 갈대 부유물이 쌓여 있다(왼쪽). 해리천이 범람해 일대 농경지와 양만장이 침수됐다(가운데). 배수관문 앞 내수면 수위가 2.8미터 가량 올라와 있다(오른쪽). 

지난 8일과 9일 내렸던 폭우에 침수피해를 입은 해리지역 주민들이 이번 침수피해원인을 ‘인재’로 보고 집단민원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은 크게 해리천의 하류가 준설되지 않은 것과 배수관문의 설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준설안한 해리천, 집중폭우엔 넘칠 수밖에 없어
첫 번째는 궁산저수지 하류의 해리천이 준설되어 있지 않아 이번 폭우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천이 준설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하천바닥이 높아 기본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물의 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해리천은 합류되는 하천들이 많아, 강물의 유입량이 많은데다가 궁산저수지 위쪽인 해리천 상류지역은 대부분 준설되어있어 강물의 유입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결국 순식간에 모여드는 많은 양의 우수를 담아낼 수 없는 상황에서, 하천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갈대와 수십 년 동안 쌓여온 갈대의 부유물들이 강물의 흐름을 막는 댐 역할까지 해 하천수위가 순식간에 만수위까지 차올랐다. 여기에 제방까지 균일하지 못해 높이가 낮은 쪽으로 11시 30분경부터 강물이 범람하면서 12시 30분경까지 인근 농경지와 양만장을 침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오성양만장의 경우 수십억원 어치의 장어들이 모두 떼죽음을 당하고, 장어를 키우던 콘크리트 수조마저 가중된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수조 바닥과 벽채가 모두 갈라져, 당분간 장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2차·3차 피해들이 예고되고 있다.

신배수관문, 이대로 좋은가
두 번째는 신배수관문이 잘못된 설계로 인해 이번 폭우 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신배수관문은 5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기존 구배수관문 보다 통수능력이 3배가량 크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번 폭우 때 신배수관문은 가득찬 강물을 제대로 바다에 내보내지 못했다. 당시 수문관리자는 9시 20분(내수위 1.5 외수위 1.3)경 만조가 시작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문을 최대로 개방했다고 한다. 만조 최고 정점 10시 47분(위도 기준 4.54미터)까지는 약 1시간 30분가량이 남은 상황이었지만, 수문을 개방한 것은 급속하게 강물이 들어오는 바닷물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1시 30분경 내수면 수위가 2.8미터까지 차올랐지만, 최대 5미터까지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이 배수관문은 2.5미터만 열려 있었다. 더욱이 상류에서 떠내려 온 갈대 부유물들이 수북하게 쌓여 배수관문을 틀어막고 있어 강물이 더욱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수문이 2.5미터까지 밖에 올라가지 못했던 것은, 고창군이 2009년 8월 준공해 3개월간의 시운전을 거친 뒤 농어촌공사로 시설물의 운영을 이관할 때부터 그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시스템이 제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 이상 수문을 올리려면 당시 시스템을 제어를 해놨던 전문기술자가 직접 제어를 해제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제어시스템을 풀어 다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자가 고창에는 없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후 이 수문은 연락을 받고 도착한 기술자에 의해 6시경이 되어서야 4미터까지 올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 배수관문은 기존 구 배수관문보다 약 10cm가량 높게 설치되어 있고, 또 물을 내보내는 방식도 구배수관문처럼 낙차를 이용해 내보내는 방식이 아닌 가둬둔 물의 양을 이용해 수평으로 내보내는 방식이어서 물이 나가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다로 빠지는 배수로는 축제식 양식장을 가로질러 180미터 가량 11자형으로 뻗어 있고, 배수구 폭도 바닷가 쪽이 더 좁게 시공되어 있는데다가, 배수로의 진행방향도 물의 진행방향과 달리 한쪽방향으로 틀어져 있어 바다에서 밀려온 펄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배수로에 쌓여 물의 배수를 방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배수관문은 별도의 기본용역도 없이 바로 실시설계로 시공됐다. 군관계자는 2004년에 발간된 전라북도 하천기본계획을 기본용역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하천기본계획에는 집중폭우 시에는 현재의 신배수관문만으로는 침수현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신배수관문 인근과 하천의 합류지점, 침수된 양식장 위쪽에 총 3개의 배수펌프장을 설치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설령 이 하천기본계획을 기본용역으로 본다고 해도 현재 배수펌프장 없이 운영되고 있는 이 신배수관문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신배수관문의 설계가 폭우까지 감안해 제대로 설계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이 신배수관문은 고창군이 2009년에 완공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농어촌공사 고창지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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