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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희망을 찾는 사람들
신림면 고색창연마을 문병채 씨
김동환 기자 / 입력 : 2011년 01월 10일(월) 16:27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귀농자여! 기다리자, 또 기다리자

 고창에서도 아름다운 마을로 유명한 신림면 가평리 고색창연마을에 이사 온 지 6년이 넘은 문병채, 김애경씨 부부를 만나고 왔습니다. 파란만장한 6년의 속사정이 서툴었던 농사만큼이나 고단하게 느껴집니다. 하얗게 내린 눈만큼 밝고 건강하게 사시는 두 분 얘기를 짧게 전하겠습니다.


이론과 실제는 너무 다르죠
저는 중학교 때까지 여기 살았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군산으로 유학가서부터는 고향을 떠나 있었던 셈이죠. 그래도 농사를 계속 짓고 싶었어요. 귀농하기 전부터 7년여를 준비했어요. 농대도 다녔고요. 소를 키우고 싶어서 여건이 좋았던 평창 쪽으로 생각했었는데 마침 어머니도 건강이 안 좋아지시고 해서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죠. 7년을 준비했다고 해도 실제 경험이 없다보니 이론적으로만 알지, 작물이 제대로 크고 있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내 땅에다 농사를 지어도 다 다르게 자라고요.

그래도 많이 좋아지고 있죠. 지금은 위탁으로 한우 100마리 정도를 키우고 미나리 밭 1,600평정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워낙 작황이 안 좋아서 손해 보지 않은 정도예요. 수확도 적은데다가 배추 값이 비싸지니까 미나리 수요도 같이 떨어졌어요. 이사 와서는 보조받아서 복분자 하우스를 지었어요. 어림잡아 한 3천은 까먹은 것 같아요. 여기는 눈이 많이 오니까 더 튼튼하게 하우스를 지었는데 바로 다음날 날아가 버리더군요. 그렇게 세 번이나 하우스가 날아갔어요. 눈에도 무너지고. 몰랐던 거죠. 이 지역엔 바람이 세서 하우스가 안 된다는 걸요. 그보다 더 큰 사고도 쳤어요. 아는 분하고 10만평정도의 밭을 임대해서 감자, 양파, 배추를 심었어요. 그 해 배추는 값이 없어서 갈아엎고 감자는 한 박스에 3천원까지 가더군요. 손해를 많이 봤어요(웃음). 이렇게 해 보니까 우리나라 농사실정이 외부 노동력을 동원해 크게 농사를 지으면 절대 안 되겠더라고요. 망하는 지름길 같아요. 가족농으로 해야 안전하고 평당 수익도 커지고요. 욕심 버리고 해야지요. 그래도 많이 갚았네요. 덕분에 우리 소도 많이 팔았지만…….

앞으로는 농사를 더 줄일 생각입니다. 식구들끼리 할 수 있는 규모로 효율을 높이는 것이 현명하겠다 싶어요. 이젠 농사 기술도 늘었으니까 지금보다는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정부 보조 사업은 지금은 지양하죠. 자본으로나 기술로나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어요. 운영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잘못하면 건물만 지어놓고는 자기 자본 다 까먹기 쉽죠.


자기 생활은 하면서 해야지요

이 년째부터는 일을 많이 맡았어요. 회장은 아니고요, 전부 총무로만요.(웃음) 이장도 했고요. 젊다보니 자연스럽게 맡아지더군요. 보니까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이 절대 하실 수 없는 일이 많더라고요. 복분자 작목반 총무 할 때도 처음에 결성하고, 자료 만들고 하는데 집사람과 함께 꼬박 3개월은 보낸 것 같아요. 이장하면서 체험관도 지었는데 적은 사업비로 하려다보니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후원도 받으러 다니고요.

그 후엔 양계장이 들어온다고 해서 또 대책위원장이 되 버렸더라고요. 그렇게 활동을 하다 보니 농사가 공중에 다 떠버리더라고요. 농사가 전혀 안 되는 거예요.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이 당연히 활동을 해야 되는 건 맞지만, 자기 생활은 해 나가면서 해야지요. 지금은 다 내려놓고 미나리작목반 총무만 하고 있어요.

양계장 반대를 하던 사람들끼리는 ‘갈곡 향우회’를 조직하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좋은 일도 하자는 뜻들이 모여지게 된 거죠. 어떤 정치적인 것과도 상관없는 순수하게 친목과 봉사만 하는 모임이죠. 경로당 청소도 하고 경로잔치도 합니다. 이 모임 말고는 다른 모임은 없어요. 모임 많으면 생활도 바쁜데 참석도 힘들고 회비도 부담스럽죠.


천천히 때를 기다리세요
후배 귀농인들은 서둘러 투자하거나 일 벌리지 말고 일 년 정도는 직접 체험으로 배워서 길이 보이고 작물을 재배하는 능력이 됐을 때, 그 때 시작을 해야 성공 확률도 높고 떠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남의 말도 함부로 믿지 말고요. 어떤 작물이 좋다고 해도 쉽게 따라하지 말고요. 자기가 모르면 실패하기 쉽죠.

후배 귀농인들은 서둘러 투자하거나 일 벌리지 말고 일 년 정도는 직접 체험으로 배워서 길이 보이고 작물을 재배하는 능력이 됐을 때, 그 때 시작을 해야 성공 확률도 높고 떠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남의 말도 함부로 믿지 말고요. 어떤 작물이 좋다고 해도 쉽게 따라하지 말고요. 자기가 모르면 실패하기 쉽죠.

의욕만 가지고 성공한 분들의 5~6년의 노하우를 어떻게 따라가겠어요. 절대 마음 급하게 먹지 말고요. 요즘에는 정보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해 오신 분들이 많지만 현실경험 없이는 오히려 많이 안다는 것이 해가 될 수도 있어요. 천천히 준비를 하는 게 좋지요. 마음속으로 기다리자, 기다리자 그러고 투자를 했으면 좋겠어요.

※농사가 좋아서 고향으로 왔는데 정작 농사보다는 이웃의 일로 더 바쁘게 지내온 문병채 씨 부부입니다. 그래도 인복이 많아서 도움 많이 받고 산다고 웃습니다. 그동안 손해 본 것도 이제 부터는 경험이 생겼으니 좋아질 거라네요. 부인은 그동안 직장을 다니다가 아이들 돌봐주고 농사 일 챙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 그만둘 계획이랍니다. 딱히 농사 일 말고도 여성들이 자존감을 지키며 할 수 있는 일거리가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있고요, 돈 벌이를 하면서 아이들 잘 키우는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가평 고색창연마을에 가면 언제까지라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문병채 씨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동환 시민기자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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