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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예술이지요”
다 시 희망을 찾는 사람들 ~ 도예가 농부 박옥태 씨
김동환 기자 / 입력 : 2010년 11월 26일(금) 11:24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도예가 농부  박옥태 씨

 부안면 용산리 소요산자락 밑 연기동 마을에 귀농한지 10년째인 박옥태 씨를 만났습니다. 특이하게 도예가이면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연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옥태 씨는 귀농하기 전 부천에서 도예공방 운영과 백화점 문화센터에 강의하는 직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향은 무장이고, 가족은 부인과 딸 둘, 늦둥이 아들(세살)에, 농사는 논28마지기와 오디·복분자·고추 등 밭이 14마지기나 됩니다.


연기마을로 자리를 잡으신 이유는?

도자기공방과 전시관, 찻집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선운사 쪽은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내다가 건너편에 있는 이곳 연기마을과 인연이 되었어요. 이사 올 당시에는 마을입구 인천강에 다리도 없어, 비오고 물 차오르면 차가 못 다녔어요. 불편하니까 사람들의 관심이 적었던 곳이었죠. 처음엔 집을 얻어 살다가 집을 직접 지었어요. 돈이 없어서 간단하게 설계해 인부들 사서 겨울에 서너 달 걸려 지었는데, 그래서인지 크랙(금이 갔다)이 좀 생겼어요. 경험도 없어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엄청 추웠어요. 그래도 정말 열심히 일했고 너무 즐거웠어요.


귀농을 하신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자연 속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었어요. 도시는 너무 시끄러웠고, 그 소음들이 싫었던 것 같아요. 혼자 일하는 것도 좋아했고, 조용하게 살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 당시 우연히 일본에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찾아가는 귀농자가 많다는 글을 봤는데, 나도 도자기작업 해서 판매도 하고, 전시도 하며, 찻집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처음 생각한 거와는 전혀 다르게 살고 있네요.


농사를 많이 짓고 계시네요?

내려와서 당장 소득이 없고 계획했던 일도 늦어지니, 생활비를 벌려고 읍에서 이유식가게를 인수했는데 그때는 너무 몰랐어요. 고창에 젊은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2년 가게하면서 준비해온 돈을 싹 까먹었어요(웃음).

 그래서 아이들도 크고 시골에서 먹고 살아야하니, 세 들어 사는 집에 딸린 논 28마지기 농사부터 시작했어요. 농사를 모르니 부모님이 3년을 도와 주셨어요. 그러다가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부모님 고생시키고 내 농사이니 내가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일 년 농사지어서 비용, 임대료 주고, 생활비 쓰고 나면 또 다시 내년 농사를 열심히 지어야하죠. 이렇게 발목 잡혀서 꼼짝 못하고 농사를 짓고 있네요(웃음).


부인께선 농사일을 함께 하시나요?
아내는 문화센타에 출강할 때 만났어요. 일도 늘어서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하지만 주로 제가 하지요. 아내대로 농촌에서 적응하며 산다는 게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아이 키우며 집안살림 하고, 종가집이라 대소사도 많아요. 아내의 인생을 존중해줘야죠. 무엇보다 나 하나만 바라보고 믿고 사는 거잖아요. 애처롭고 고맙죠. 손재주가 좋아서 만드는 걸 잘해요. 자기만의 일을 하고 싶어 하고요. 나에게도 농사보다 도예 일을 하길 더 바라죠.


아이들은 전에 석곡초등학교에 다녔잖아요?
폐교위기에 처하자 운영위원장이던 친구 부탁으로 아이들을 보냈죠. 그 후에 나도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보니까, 폐교할 학교는 폐교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학생이 줄어드니까 합반이 되고, 선생님들도 업무가 많아져 많이 힘들었거든요.

폐교위기에 처하자 운영위원장이던 친구 부탁으로 아이들을 보냈죠. 그 후에 나도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보니까, 폐교할 학교는 폐교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학생이 줄어드니까 합반이 되고, 선생님들도 업무가 많아져 많이 힘들었거든요.

※ 아산면 석곡초등학교는 90주년을 앞두고 결국 폐교되었습니다. 지역주민과 동문, 선생님들의 일치된 학교 발전노력이 있어야 농촌학교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민기자 주>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시는지?

주로 아내가 아이들을 봐주고 있어요. 우리는 말하자면 방목이죠.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고, 바르게 자라주기만 바랄뿐이죠. 공부를 잘해서 도시로 나가야지만 성공한건 아니잖아요. 적성을 잘 찾아서 지역에서 전통이나 문화 관련된 일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내는 조금씩 저금을 하고 있는데 대학을 가게 되면 입학금만 도와주고는 알아서 살라고 하겠다는데, 나는 아빠니까 할 수 있는데 까지 도와주고 싶죠.
 

앞으로 하고 싶으신 일을 말씀해주시죠?

농촌에서 농부로 살아도 예술 활동을 하며 산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틈틈이 도자기를 빚거나,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린다면 농사도 예술처럼 지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관광객들을 상대로 우리의 전통예절과 풍속들을 알려주고, 도자기 체험·전시·판매·숙박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딸이 크면 함께 운영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나처럼 순진한 사람도 당하지 않고 편하게 속마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싶네요. (웃음)  
 
 박옥태씨는 2008년도에 전국문화관광 상품대전에서 청자식 다기로 대상인 문화부장관상을 받았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박옥태 씨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김동환 시민기자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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