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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十九祭 祭文
연정 기자 / 입력 : 2010년 11월 26일(금)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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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0일 동생의 49제를 맞아, 맏형 연정 선생이 지은 제문이다 - 편집자 주

   

연정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

 嗚乎愛弟라. 명식아! 너를 떠나보낸 후 아침 눈만 뜨면 오늘은 네가 떠난 지 며칠……, 이렇게 날을 세어 온 지 오늘로 49일째. 오늘이 사십구제로구나. 이는 佛家에서 시작되어 이젠 天主敎를 비롯하여 일반인들 사이에서 관습적으로 행해지고 있지만, 불가에서 전하는 말로는 사람이 저쪽으로 떠나 49제 전까지는 영혼이 정착을 못하고 방황하다가 제가 끝나고서야 정착을 한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도 없고 또 내 알바도 아니지만 네가 이쪽에 있을 때 네가 그렇게 좋아했던 山行을 생각해 보면 그쪽에서도 잠시 짐만 꾸려 놓고 계속 산행만 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니, 君子는 山을 좋아한다는 성인의 말씀만이 뇌리를 스칠 뿐이다.

 오호애제라. 명식아! 지금 우리 형제들, 2세들 그리고 평소 너와 더불어 좋아했던 친구들이 너의 안식처 앞에 이렇게 너를 추모하며 서 있다. 산에 나무들이 어떤 부분은 가지가 되고 어떤 부분은 줄기가 되며 그 나무들이 숲을 이루듯, 너와 이 형은 선대의 혈육을 이어받아 형이 되고, 동생이 되고, 우리는 또 다른 이와 더불어 사는 친구관계를 맺는데, 다 이것이 인연 아니겠느냐. 그런데 먼저 보낸 네 앞에서 49제 제문을 읽고 있는 이 노구의 형과의 인연치고는 또한 무슨 인연인지 그걸 모르겠다.

 오호애제라, 명식아, 너와 우리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너와 우리는 영원히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일까. 한없는 사념(思念)들이 우리의 머리에 맴돌고 있다. 그러나 너와 우리는 항상 같이 있다. 세인들이 말하기를, 사람이 저쪽으로 떠나면 영원히 떠나 버린다고 말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인 것 같다. 너와 우리는 항상 같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네가 있는 너의 안식처도, 우리가 있는 이쪽 사회도 우리 모두 사랑하는 영원한 조국의 영토 안에 있지 않느냐. 네가 10월 3일 저쪽으로 떠났다지만 유구한 영겁의 시공에서 보면, 우리는 다 같이 한 찰라 속에 있지 않느냐? 네가 우리 앞에서 먼저 저쪽으로 떠났다지만 그것은 달리는 차 속에서 이쪽에서 저쪽 앞 칸으로 간 격 아니냐. 그게 앞에 가고 남아 있는 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런데도 속 좁은 이 형은 다 알면서도 네가 보고 싶고, 네 흔적이 있는 곳을 지나면 눈에 이슬이 맺힌다. 너를 생각하면 이런저런 일들이 한 없이 머리를 스친다. 항상 이 형을 감싸주던 너, 가무청(歌舞廳)에서 흥이 나면 이 형을 등 뒤에서 꽉 껴안고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형의 등에 얼굴을 비비던 너의 모습만은 이제 볼 수 없으니 그게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기에 나는 네가 남기고 간 등산화에 등산복을 입고 뒷 강변을 따라 걷기도 하고, 때로는 고인돌이 있는 곳을 거쳐 독곡다리까지 걷기도 한다. 그걸로 만족하며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구나.

 오호애제라. 명식아! 그런데 네가 떠날 때 그 고통을 가진 연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너는 왜 또 그렇게 나를 제치고, 어머니 떠나신 지 97일만에 어머니 계시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렸는지…… 말 좀 해 다오. 침묵만 지키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너 떠날 때 그 고통은 어머니 옆으로 가기 위한 진통이요, 나를 제치고 훌훌 떠난 것은 연년생인 동생 때문에 젖을 골아 어머니 젖이 그리워 그런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구나. 이건 나의 부질없는 생각이나 네가 그 고통으로 일찍 떠난 그 연유만은 꿈결에서나마 전해줄 수 없겠느냐.

 오호애제라. 명식아! 예부터 그 쪽에 가면 영묘한 기운을 가진다는 말이 있다. 네 앞에 있는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우리를 보아라. 어찌 다 우리가 서로를 헤아리겠느냐. 아당(雅堂) 제수만이 자신의 심신을 헤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칠 대로 지친 심신 빨리 풀고 여느 때와 같이 서도(書道)에 전념하며 평소 생활에 들어 설 수 있도록 기력을 주어라. 왜 또 막내 얼굴은 저렇게 항상 혈색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좋게 해 주어라. 너는 노진사 할아버지의 교훈과 보정 할아버지의 “시 경손배 육조”(示璟孫輩六條, 손자들에게 가르치는 여섯 가지 조목으로, 말을 할 때는 믿음 있게, 행실은 깨끗하게, 집안은 법도로 다스리고, 선영을 정성으로 모시고, 일을 처리함에 있어 신중하게, 사람을 대할 때는 온화하게 대하는 것을 말함 -편집자주)의 가르침을 다 준수하고 떠났다. 보정 할아버지 영혼께서는 얼마나 기뻐하시겠느냐. 이 가르침들이 남은 우리 형제들 내외의 가슴 속에 더욱 스며들어 평소 행실의 준거가 되게 하고 그것이 2세, 3세로 이어지게 보우하여라. 그리고 평소 너의 친구들의 우정이 우리 가문과 영원히 변함없게 하여 世交의 관계를 지속케 해 준다면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이 형 바랄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
 오호애제라. 명식아. 편히 쉬어라. 오호애제라.

단기 4343년 11월 20일 형 淵亭 곡하다

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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